Black Tea

홍차

by 시인 손락천

적막을 이기려 번잡을 택한 것은

소외를 버티려 일을 벌인 것은

증명하지 않아도

증명되는 삶인 것을

내 믿지 못한 불안함에

이것저것 기웃대어

군짓을 한 것이리라


여기 텅 빈 방

창밖으로 달이 기울고

쓸데없던 치열함의 잔열

어둠에 삭고


붉은빛 그득한 수구

쪼르륵 따른 잔에

아른아른

하이얀 시간이 떠오른다

모금모금

한 자락의

삶이 인다




번잡한 세상에선 홀로여야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게 있다.

텅 빈 방.

혼자여서 마신다는 것과 음미한다는 것의 차이를 알게 된다.

둥근 수구에서 따른 붉은빛 찻물.

찻잔 위로 새하얀 시간을 마주하고, 모금마다 삶을 마신다.

그래.

차를 마신다는 건 시간을 마시고, 생각을 마시고, 삶을 마신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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