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을 이기려 번잡을 택한 것은
소외를 버티려 일을 벌인 것은
증명하지 않아도
증명되는 삶인 것을
내 믿지 못한 불안함에
이것저것 기웃대어
군짓을 한 것이리라
여기 텅 빈 방
창밖으로 달이 기울고
쓸데없던 치열함의 잔열
어둠에 삭고
붉은빛 그득한 수구
쪼르륵 따른 잔에
아른아른
하이얀 시간이 떠오른다
모금모금
한 자락의
삶이 인다
번잡한 세상에선 홀로여야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게 있다.
텅 빈 방.
혼자여서 마신다는 것과 음미한다는 것의 차이를 알게 된다.
둥근 수구에서 따른 붉은빛 찻물.
찻잔 위로 새하얀 시간을 마주하고, 모금마다 삶을 마신다.
그래.
차를 마신다는 건 시간을 마시고, 생각을 마시고, 삶을 마신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