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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손락천 Apr 28. 2022

벤치

그 계절의 기억

내릴락 말락 한 하늘에 선명하던 바람이 흐려지고

여기

슬픈 눈으로 앉았다


뿌연 구름이 걷히면

그래서 하늘 명정하면

갈길 잃은 바람처럼 갈피 못 잡던 생각이

다시 선명해질까

높낮이를 안 저 물길처럼

모로 가도 목적지는 하나인

선명한 발길이 될까


강변을 걸으리라는 생각에 강변을 걸었으나

강변을 걸으리라는 원래의 생각이 퇴색한 걸음은

다시 걸어야 할 이유를 알아야겠기에

멈추어 앉아

지나온 걸음의 이유를 묻고

나아갈 걸음의 이유를 묻는다


꽃이 꽃에게 피고 진 이유를 묻는 것처럼

또는

꽃이 꽃에게 꽃인 이유를 물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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