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릴락 말락 한 하늘에 선명하던 바람이 흐려지고
여기
슬픈 눈으로 앉았다
뿌연 구름이 걷히면
그래서 하늘 명정하면
갈길 잃은 바람처럼 갈피 못 잡던 생각이
다시 선명해질까
높낮이를 안 저 물길처럼
모로 가도 목적지는 하나인
선명한 발길이 될까
강변을 걸으리라는 생각에 강변을 걸었으나
강변을 걸으리라는 원래의 생각이 퇴색한 걸음은
다시 걸어야 할 이유를 알아야겠기에
멈추어 앉아
지나온 걸음의 이유를 묻고
또
나아갈 걸음의 이유를 묻는다
꽃이 꽃에게 피고 진 이유를 묻는 것처럼
또는
꽃이 꽃에게 꽃인 이유를 물은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