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는 게
스르륵 창을 노크하는 소리에 눈돌리면
지나온 삶의 명멸인 듯
이 저녁 눈에
줄 선 가로등 먼 곳으로부터 묻히어 온다
돌이키면 국화처럼 하얗게 향기롭던 날은
남아 머무른 것이 없고
밝던 날도
밝았던 만큼 희어 눈부신 것에 묻히었지만
슬퍼하지 않을 터다
조각조각이 무너져야 형상을 드러내는 도미노처럼
지난 영욕 촤르륵 무너지지 않았다면
내 어떤 사람인지 지금도 몰랐을 테니
- 손락천 시집 [시로 추는 꽃춤]에서
벌써 사십대 중반에 들어 선 지금까지도 눈에 대한 감상과 낭만은 예전 그대로이다. 나는 나이 먹고 머리만 희끗하였을 뿐, 아직 철없는 아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