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비재에서

묻어 짙은 향수

by 시인 손락천

그리워 다시 올랐지만

시간은 뒤를 남기지 않는 다리 같아서

풍경은 예와 다르고 머리는 하얗게 셌다


늙는다는 것은

늙어감에 그리워한다는 것은

이다지 야속한 일이지만


그리움은

어느 날 찾아오면

쿵하고 내려앉는 숙명 같아서


들녘의 푸른 웃음 어둠에 질 때까지

가지 못해 섧어 툭툭 땅만 찬다

그리움이란 처음부터 그런 것이었다고


- 손락천 시선집 [시로 추는 꽃춤]에서




경상북도수목원을 거쳐 지나면 고향이 나온다.

눈 앞에 고향이 펼쳐지는 재, 그곳이 배비재다. 고향을 떠난 이후로 숱한 날을 넘었던 재. 비록 포장길로 바뀌었지만, 옛 그리움마저 바뀌지는 않아 이토록 다행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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