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아래로만 흐르는 것이 아니다

살아있다는 게

by 시인 손락천

물 흐르듯

살아가는 것이

사람의 법, 순리라더군


닥치고 아래로 흐르면

언젠가는 큰 세상

만날 것이라더군


속기도 하고 속이기도 하고

뭉뚱그려

지워진 자아


한데 휩쓸려

큰 곳에 이르면

퍽이나 행복할까


바다만 있는 것이 아닌데

가만히 눈 들면

하늘 구름 풍성한데


물은

아래로만 흐르는 것이 아니라

위로도 흐르는 것인데


- 손락천 시집 [까마중]에서




문득 고개 돌리니, 나는 그토록 아련하였던 때를 잊고 살았었다.

사람은 잊으면서 사는 존재라고 애써 자위하지만, 그것은 게을러 방종한 삶에 대한 변명이 되지 않는다.

잊기 위해 살았다면 모를까, 그런 아픈 마음 없이 잊고 살았기에 이다지 쓰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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