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가난함이

시를 쓰다

by 시인 손락천

배고픔이 있었을 때가 있다


배고픔은 힘든 일이었으나

작은 배부름이 있었고

그것은 행복이었다


몸과 마음이 추웠을 때가 있다


엄동설한은 언제나 힘들었으나

작은 곁불이 있었고

그것을 쪼일 수 있다는 건 넉넉함이었다


하여


눈을 뜨면

가난함이

만져지고 느껴지고 씹혔지만


애써

벗어나려

발버둥 치지 않은 것은


가난함은

가난함 대로

행복인 까닭이었다


- 손락천 시선집 [시로 추는 꽃춤]에서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어쩌면 위선일지도 모른다.

스스로의 위안을 위하여 스스로를 속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달리 살 방법이 없다면 그렇게라도 살아야 한다.

희망이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

이겨낼 수 없는 슬픔이더라도 견디다 보면 잊힐 것이고, 잊혀간 것에서 희망이 싹틀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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