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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손락천 Mar 17. 2017

밤의 정서

감성 에세이

  자정을 넘긴 지 오래다.


  시계의 초침 소리가 이렇게도 뚜렷한 것은 이 작은 집에 부스럭거릴 아무 사람도 남지 않았다는 뜻 이. 그럼에도 정신은 마치 파도에 몸 실은 돌고래처럼 나른한 유영에서 벗어나게 하지 말라는 듯, 스르륵 찾아드는 잠에게 아직은 아니라고 훠이훠이 손사래를 친다.


  밤이 이다지도 짧은 것은 홀로의 시간이 그다지도 없었다는 것이.


  지금은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시절이다. 하루의 대부분을 사람과 혹은 문서와 소통하고 나면, 남는 에너지가 거의 없다. 그런 만큼 적막한 밤은, 혹은 홀로 깨어 있는 밤은, 그냥 자버리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혼자만의 시간인 것이다.


  살면서 내가 이 시간을 이렇게 좋아하며 고마워할지 몰랐다.


  그러나 고맙고 소중한 것은 언제나 아쉬운 법이다. 길게 누리려 애를 쓰면 쓸수록 하루가 통째로 이지러져 버릴 것이기에, 누릴 수 있는 밤은 언제나 짧다. 생각하면, 살았음을 증명하려는 우리의 애씀이 치열할수록, 우리는 그만큼 고독하여지고, 우습게도 그러한 고독은 이 흐릿한 밤의 고독으로만 해소된다.


  어찌 지금만 그러할까. 예전에도 그러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은 그 정도가 훨씬 심하여졌다는 게다. 어린 시절, 아직 전기가 없어 촛불과 호롱불을 썼던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산간의 벽지여서 그랬다), 초저녁일 때부터 시작하였던 그때의 밤은 지금처럼 부족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갑자기 우스웠다.


  결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가난한 시절이었는데, 그래도 좋았던 것도 있었다 싶어 피식 웃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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