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인 손락천 Mar 27. 2017

[시담]을 마치며

작자 후기

  시인으로서 시를 쓴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한 집안의 가장이자 직장인으로서 시를 쓴다는 것은 어쩌면 사치다. 시를 쓴다는 것이 조금이라도 경제적인 보탬이 되는 작업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직장인으로서 시를 쓰고, 또 시를 발표하는 것이 이토록 부담스럽지는 않을 텐데 말이다.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깜냥이 있는 듯하다. 어떤 이는 그 스스로의 깜냥이 있어 전국적이거나 비록 전국적인 인지도는 아닐지라도 지방 문단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는 중견시인이 되기도 하겠지만, 나는 내 깜냥이 이 뿐이어서 겨우 문예지를 통하여 등단한, 그래서 내세울 수 없는 시집 몇 권을 낸 시인에 그치는 것일 뿐이다.


  오히려 잘 된 일일 수도 있다. 몇 년 동안 시집을 내야 된다는 강박감에 작품성 없는 글로 책을 도배해 왔었는데, 이제는 강박감에서 벗어나 신작과 구작을 아울러 다시 보고 고쳐 쓰다 보니, 그럭저럭 볼만한 시들이 눈에 들어온다. 


  [시담]의 시와 시인에 대한 이야기는 새로운 시와 그에 대한 정서적 설명이 주를 이룬다. 시는 함축의 언어이고, 함의의 작품이어서 시에 대한 작가의 정서를 강요하지 않음이 원칙이다.


  그래서 비록 이 작업이 기성 문단의 관습과 관례에 대한 반항이 될 수도 있고, 어쩌면 독자들에 대한 결례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더 나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하여, 혹 언짢은 부분이 있다면 정중한 사과와 함께 편하게 생각하여 주시기를 감히 청한다. 


  여러 미진한 감정을 남겨 두고 [시담]을 일단락한다. [시담]은 시와 시인에 대한 이야기가 종합된 문집이다. 정형화되지 않은 한 묶음의 글이어서 이에 대한 평가가 어떠할지는 알 수가 없지만, 나는 이 작업으로 나에게, 우리 가족에게, 그리고 주변에게 조금은 더 당당해질 수 있을 내가 될 것이라 자위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 쓰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