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쓰다
그날 우리는
청도읍성 성곽과 동헌 사이
양귀비 깊은 붉음에 작약처럼 웃고
미처 오르지 못한 산자락
아직 연록인 잎에 묻히어
한 점 바람에도 자지러져 은빛 춤을 추었다
그날의 봄은
그렇게 봄과 여름 사이에 깊었고
손 꼭 잡은 우리가 남았었다
작약처럼 수줍지만
붉은 향 짙은 그대로
- 손락천
옛 어느 오월, 청도읍성 꽃자리에 들렀었다.
야지(野地)는 푸른 미소로 여름을 웃었지만, 아직 풋풋한 먼산은 한 점 바람에도 은빛 울음을 일렁이었다.
계절의 깊이를 잰다면, 그것은 벌써와 아직 사이의 온도 차이 정도였을까?
그렇게 봄이 깊었었다. 양귀비의 깊은 붉음처럼 오월에 깊었었다.
그 계절 손잡아 거닐던 우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