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쓰다
정작 나를 쫓은 것은 나였다.
가뭄에 몸살을 앓고 있다지만, 아직 신천에는 물이 흐른다. 왜가리와 오리가 노닐고, 강이 아닌 까닭에 녹조가 끼지 않은 물. 그 물 내음 퍼져 가슴 밑 꽁꽁 숨겨 두었던 희망에 노을빛 향기가 스미었다. 나는 오늘도 이 길을 지나고 있고, 이 물 내음에 폐를 채우며, 출근길에 취한다.
삶을 살면서 출근길에 취하였던 적이 또 있었던가? 생각하면 없다. 한때는 정신을 바짝 차리어 운전을 하며 라디오를 듣는 것이 전부였고, 다른 한때는 지하철을 타며 책을 읽는 것이 전부였을 뿐, 사방에 드리운 계절의 공기와 향취, 그리고 물 내음에 온 몸을 맡긴 적이 없었다.
바빠서가 아니었다. 그 누구도 빨리 오라, 빨리 가라고 한 적이 없고, 다만 바쁜 것은 마음뿐이었다. 어찌하여 마음이 그렇게 분주했을까? 어찌하여 분주하지 않으면 그토록 마음이 불안했을까?
알 수 없다. 혹독함을 잘게 부수어 그 파편을 스스로에게 던진 까닭을. 그리고 스스로를 채찍질하여 분주하기를 바랐던 까닭을.
무언가로부터 쫓기었는데, 정작 나를 쫓은 것이 나라는 진실에 쓴웃음만 짓는다. 그리고 비록 지금은 깊이 숨어버렸지만, 언제가 때가 되면 나를 쫓던 내가 다시 나타날 것이다.
나를 쫓던 나여, 그곳에 있는가?
깊은 마음, 그 수면 아래에 웅크리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