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너머
문득 열네 살 그 따갑던 봄날의 설렘이
바랜 사진처럼 툭 떨어졌다
생각해보니 그러고도 삼십 년을 더 살았는데
정신은 아직 열네 살이었고
세월 간만큼 책갈피 은행처럼 짙어지기만 했다
문득 1987년 그 따갑던 까까머리 중학생이
눈 붙이려 누운 나에게 툭 떨어졌다
조금 더 절제하고 약간은 노련해졌지만
빛깔만 짙을 뿐
바싹 말라 부서지기 쉬운 나에게로 말이다
- 손락천
문득 상기된 사춘기의 기억에 밤을 앓았다.
그러고 보니 아직 나의 사춘기는 끝난 것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