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 고독을 삼킬 테요

편지 한 통

by 시인 손락천

밤에 귀뚜라미 소리 우렁진 것은

이제

낮은 여름의 것이어도 밤은 가을의 것이란 말일 테요


우리 거칠었던 여름날이 밤처럼 쓰러지고

신록보다 더 푸른 하늘

고개 숙인 산천 붉게 불들이면


밤에 내린 가을로부터 익어갔던 낮처럼

저기 덜 여문 꽃망울에 외롭던 국화향

곧 하얗게 짙어 고독을 삼킬 테요


- 손락천



처서가 지난 지 며칠.

해 질 녘 서늘함에 가을이 왔음을 느낀다.

아니나 다를까 깊은 밤 수풀 너머에 울리는 귀뚜라미의 귀뚤거림.

이렇게 가을이 왔다. 여름의 흔적 사이로, 살며시, 살금살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