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문턱에서
출근길에 코스모스가 핀 것은 벌써부터였고
나는 아직 한창인 여름에 어찌 이렇게 성급하게 피었던가를 웃었다
그러나 지금
따갑지 않은 햇살에
함빡 웃은 코스모스
그랬다
코스모스는 변화에 민감하였을 뿐
성급하게 핀 것이 아니었다
가을에
조금씩 번져가는 가을에
배운다
천천히 걷는 것을
우리가 소망한 것은 재촉한 걸음이라고 빨리 닿을 게 아니란 걸
굼실거려도 때를 놓치지 않은 걸음이 재촉보다 빠르다는 걸
- 손락천
금호강과 신천강변의 출근길에 코스모스가 핀 것은 벌써부터였다. 그리고 아직 한창인 여름에 어찌 이렇게 성급하게 피었던가를 웃기도 했다. 그러나 그 웃음이 채 보름도 가기 전에 출근길의 아침 햇살이 달라졌다. 따갑지 않은 부드러움. 약간은 차게 느껴지는 바람. 그리고 이미 피어 있던 코스모스의 환한 웃음.
그랬다. 다만 코스모스는 변화에 민감하였던 것일 뿐, 피지 말아야 할 때에 성급하게 핀 것이 아니었다. 결국 변화에 둔감한 사람이 애꿎게도 제 때에 가을을 읽은 코스모스에게 핀잔을 주고 만 것이다.
가을의 시작이다. 비록 낮의 뜨거움은 그대로 일지 몰라도 해가 지고 다시 떠 중천에 머물 때 까지는 그야말로 가을이다. 생각하면 갑작스러운 변화는 없었다. 계절은 사람의 성급함과는 다르게 변할 수 있는 작은 것에서부터 조금씩 천천히 변하여갔고, 결국 영향력을 키워 완연한 무르익음의 계절이 된다.
문득 모든 불화의 시작은 갑작스러운 변화의 시도가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굼뜬, 그러나 살뜰한, 그래서 매우 이유가 있는 자연의 변화를 기다리지 못한다. 지금 당장 무엇이 어떠하기를 바라는 성급함 때문이다. 하여 어쩌면 기후의 변화, 그로 인한 자연재해는 사람이 스스로 바랐던 그 성급한 바람 때문이었을 수가 있다.
당장 비가 내리기를 원하고, 당장 시원하기를 원하며, 당장 뜨겁기를 원하는 시시각각의 성급한 바람. 자연은 그러한 사람의 바람을 그대로 들어준 것일 수가 있다는 말이다. 설득해도 설득되지 않는 사람의 성급한 고집에, 그 고집스러운 소망을 그대로 들어주고 만 것일 수가 있다는 것이다.
가을에. 아직은 성급하지 않게 조금씩 번져가는 가을에. 배운다. 천천히 걸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가 소망한 것은 성급한 마음이라고 해서, 재촉한 걸음이라고 해서, 빨리 닿을 수 있는 게 아니란 것을. 다만 제때에 걸어야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