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토닥
알지 못함으로 겪은 불안
그 잔혹하였던 시간은
신이 준 선물이었다
다 알았다면
뻔한 길이라며 아니 걷고
길 끝에 웅크린 희망
끝내 보지 못했을 테다
또 그렇게 뻔한 것
그것에 애태울 일도 없었을 테니
헤아림이 없어도 존재하는 존재
그것이 사람에게 얼마나 기적같은 일인지
내내 몰랐을 게다
- 손락천
집에 두고 온 지갑은 잘 있을까?
잘 있겠지만 꼭 그럴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대관절 현재를 살뿐인 나에게, 지금 경험하고 있지 않은 그것은 존재하는 것일까? 아닐까?
믿지 않으면 모순에 빠진다.
이것은 유명론자나 경험론자에게는 매우 어려운 숙제였다. 왜냐하면 그들은 개별자만 존재할 뿐, 사랑, 희망, 진리, 확신하는 존재나 상태 등등 개별자가 관념한 모든 보편자는 이름뿐이거나 불확실한 것이라고 보았고, 그래서 경험과 관찰을 통해서 습득한 인식과 지식이 아니라면 그것을 [참]으로 여길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논리적 사유의 한계다. 스스로와 대상을 있는 그대로 관조하는 낭만을 가지지 않은 채 논리적 사유에만 의지하여 세계를 바라보면, 세상에 버젓이 존재하는, 그래서 스스로 역시 그럴 것이라고 여기는 것들마저 부정하는 모순에 빠져버리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