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어디에도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3-5
3-5
아침을 뚫고 출근 중이다.
나는 가급적이면 자차 출근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또 가급적이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도 않는다.
될 수 있으면 걷는 것이 좋고, 할 수 있으면 자전거를 타는 것도 좋다. 그렇게 금호강과 신천의 강변을 두른 자전거길로 출근한 지가 벌써 오래 째다.
시월 출근길에 돋은 아침 햇살이 밝다. 아니 이 햇살은 하나하나 셀 수 있을 정도로 제각각으로 선명했다. 가닥가닥 조금씩 다른 빛을 내기에 가을이 그토록 다채로운 색깔로 깊어질 수 있는 것일 테다.
반면에 사람은 얕다. 말이 쉬워서다. 지나간 세월이 아무리 무거워도 의미 없다는 말 한마디에 묻어 버릴 수 있으니까.
그러나 삶은 쉽지 않다. 지나간 세월은 의미 없다는 말 한 미디에 묻혀 버리지만, 그 흔적은 몸과 정신 곳곳에 오롯이 남아 있으니까.
그래서 말이 한낮 햇살의 무미건조한 강렬함이라면, 삶은 아침과 저녁 햇살의 세밀함과 섬세함이다. 그리고 사람의 삶이란 말이 남긴 의미 없는 강렬함에 물드는 법이 없다. 오직 가닥가닥 세밀하고 섬세하게 새겨진 세월의 흔적에 물들 뿐이다.
아무리 강렬한 말로 변명하더라도 결국에는 흔적이 말한다. 그 삶이 어떠했고, 어떠한 길로 향했으며, 그 속의 진실이 무엇이었는지를.
다만, 세상은 그러한 디테일을 살펴보기를 원하지 않는다.
자기 일이 아닌 이상 강렬한 빛을 따라 그 빛에 비친, 그래서 부신 눈에 대강으로 맺어진 형상을 인식할 뿐이다.
사실은 자잘한 굴곡과 그 굴곡에 진 그림자에 이면의 진실이 숨 쉬고 있음에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