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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속도로 Jun 23. 2024

실리카겔, 쏜애플 좋아하세요?

다시 록의 시대. 95년생이 말아주는 한국 밴드 야사(野史)

국제 정서와는 지나치게 별개로, 한국에서 밴드란 반박불가 멸종위기종이었다. 것도 꽤나 오랫동안.

Monologue @ 음악캠프 / MBC 무한도전

물론 우리 중 다수가 버즈의 그늘 아래 학창시절을 보냈고 혁오라는 슈퍼밴드의 무한도전 출연 또한 역사적 사실이지만. 결과적으로 글로벌 K팝의 보좌 옆에 록의 자리는 없었다.

실리카겔 / 쏜애플 / 더 발룬티어스

힙합 부흥이 일궈낸 '마이너 장르 질량 보존의 법칙' 탓일까. 오늘날 밴드는 쇼미더머니의 부재로 움츠러든, 랩 음악의 면류관을 이어 받아 가히 품절대란의 중심에 서있다. (느낌은 다르지만 힙합씬도 요즘 참 시끄럽다.) 실리카겔이 금요일 밤과 어워즈를 장악하고 너나 할 것 없이 쏜애플을 듣는다. 티켓팅은 담백하게 3초컷, 웹진에서 이들의 행보를 쫓는다. 어쩌면 데이식스의 차트 역주행쯤은 크게 놀랄 일도 아닐 것이다.


오랫동안 국내 밴드를 응원했지만, 최근 몇 달간 보여준 하입은 다소 생경하다. (근 10년 중 최고인 듯) 몇 년 전만 해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밴드 열에 아홉은, 이름 앞에 '나만 알고 싶은'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대중과 밴드 사이엔 마땅한 연결고리가 없었고 일부 팬들은 애초에 다리가 놓이는 걸 원치 않았다. '힙스터'라는 표현조차 촌스러워진, 오늘의 관점에선 약간 어설프지만. 당시엔 그게 자연스러웠고 나름 멋이었다.


마니아 장르 특유의 폐쇄성. 그들은 상대적 소수의 사랑을 받았고, 어쩌면 소수의 사랑만을 받아야 했으니까.

쏜애플 <이상기후> / 넬 <Let it Rain>

2014년 9월, 친구들은 활어였고 나는 쏜애플을 들었다. 비슷한 남 처지에 위로받듯, 같은 해 발매된 <이상기후>를 멜론이 닳도록 스트리밍했다. 신입생이라기엔 어딘가 우중충한 플레이리스트. 심지어 온 거리마다 소유, 정기고의 '썸'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나는 학창시절 넬의 지독한 팬이었는데, 그 영향으로 모던 록과 하드 록, 사이키델릭 관심이 많았다. 넬 같은 팀을 찾다 아래로는 쏜애플, 위로는 초창기 넬을 프로듀싱했던 서태지를 만났다. 원래 취향이란 이토록 가지같나.


비좁은 인생 반경 탓일까. 주위에 록 듣는 사람이 적었다. 요즘은 커뮤니티가 다양하고 세분화되어, 닮은 취향을 찾고 향유하기 편해진 듯 하다. 또 그런 채널들은 눈에 잘 띈다. 유쾌한 매력이 있거든. 나처럼 게으른 이들에게 호재다.

마이 앤트 메리 <Just Pop> / 서태지 <7th Issue> / 내귀에 도청장치 <Shine>

음악은 양방향적 유기체다. 선배와 후배 아티스트, 가수와 팬, 팬과 팬이 서로의 귀감을 자처하며 씬을 형성한다. 일종의 종파, 명맥을 이어 나간달까. 다만 종종 비틀어줘야 한다. 잘못하면 욕창 생기니까.


모처럼 반가운, 밴드의 파도가 쉬이 꺼지지 않길 바라며 편애하는 앨범 몇 장 곁들여본다. 듣던 거 마저 듣고, 허기질 때 즐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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