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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속도로 Jun 16. 2024

이지은에게 유재석이 보인다.

아이유와 국민MC의 공통점

어느날 문득 아이유에게 유재석이 보였다.

다짜고짜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나만의 감상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둘은 여러 면에서 닮아있으니까.

KBS 〈대화의 희열〉 / 유튜브 @ 빠더너스 BDNS

두 사람을 향한 대중의 사랑은 가히 범국민적이다. 부가설명이 무의미하다. 최소 십수 년 각자의 자리에서 눈이 멀도록 빛나고 있으니까. 하물며 그 발광(發光)은 나 교복 입을 즈음 시작돼 앞 자리가 두 번 바뀐 현재까지도 변함이 없다. 달력의 실수일까? 하루가 24시간이 맞나? 시간 참 빠르다. 어느새 우리 셋은 함께 늙어가는 사이가 됐다. 세월에 정통한 건 어쩜 나 혼자 같지만.


유퀴즈를 보다 생각했다. 유재석이 은퇴하면 (우리는) 어쩌지? 일상 일부가 사라지는 기분. 아이유를 볼 때 닮은 감정을 느낀다.

이승의 재미를 다 합쳐도 전성기 싸이월드 만치 못할 거다. (그게 중2병인지도 몰랐다.) 노래 쇼핑이 특히 좋았다. 한 곡에 육 도토리, 600원. 매월 수 알의 곡물을 아이유께 헌상했다. 영주에게 경의를 표하듯.


지낸 세월만큼 아끼는 곡도 많았다. 그런데 최근 몇 년은 아이유를 찾지 않았다. 추억이 담긴 한두 곡을 제외하곤 새 앨범조차 듣지 않았다. 반면 인터뷰나 토크쇼가 뜨면 개처럼 달려갔다. 채널에 상관없이, 빠짐없이. 심지어 몇몇 영상은 두세 번 반복 재생했다. 대개 달콤쌉싸름한 여운이 길었다.


그때 알았다. ‘아 내가 아이유보다 이지은을 좋아하는구나.’


Love wins all (2024 IU 월드 투어 콘서트 인 서울)

며칠 전 우연히 〈Love wins all〉 콘서트 라이브 클립을 봤다. 가사와 분위기 때문일까. 아이유의 마지막을 상상할 수 있었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짐작컨대 그녀도, 언젠가 다가올 끝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언제나처럼 다정하게. 아직은 먼 미래라고 하더라도. 내년이면 〈스물셋〉도 10년 전이다. 새삼 내 나이가 놀랍다.


(감히) 나는 아이유가 애틋하다. 더욱이 존경한다. 동시대를 살고 살아가는 또래로, 보통의 사람으로, 반평생 리스너로. 이 글을 쓰며 함부로 미뤄 두었던 서른의 그녀를 들었다. 제 나이 같으면서도 찬란한, 단단한 이지은의 이야기.


요약하자면, Love wins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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