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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호사 박도순 Jan 29. 2016

[포토에세이] 그럴 수 있고말고요

그저 바라볼 수만 있어도

<그럴 수 있고말고요>


그럼요. 그래요, 그럴 수도 있지요. 그럴 수 있고말고요. 생마늘을 찧어 무릎관절 부위에 붙여 찜질한 것도 모자라, 생강을 찧어 다시 찜질을 하셨군요. 관절에서는 물이 차올라 풍선처럼 몰캉몰캉. 그놈이 뼈를 누르니 아파서 소 밥도 못 주고, 사람 환장하것구만요.


병원에 가셔야 합니다. 정말 병원에 가셔야 한다니까요. 병원에 가고 안 가고는 내가 결정할 일이지요. 소장님만 맥없이 애먹이는구만요. 와라가라 해싸서 미안하고요. 저야 오라면 오지요, 가라면 가지요. 아버님, 정말인데요, 이건 정말 병원에 가셔야 한당께요.


포비돈 스틱스왑 몇 개 챙기고, 박티그라 몇 장 챙기고, 마른 거즈 듬뿍 챙기고, 탄력붕대 몇 개 챙겨서는 왕진 가방에 넣었어요. 차에 올랐습니다. 오늘은 무슨 말로 이 어르신의 고집을 녹여볼까. 무슨 말로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까. 내일부터는 오지 않겠다고 협박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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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싸라기 같은 싸락눈이 내리네요. 바람 지나는 길 싸그락싸그락 귀 간지럽히는 소리. 누군가 천상에서 밟고 다녔을까. 우리 큰어머니, 뒤주에서 박바가지로 퍼내던 그 쌀소리. 지구 어느 모퉁이 배고픈 사람에게  밥이 되어주오, 지구 어느 모둥이 아픈 사람에게는 뜨거운 눈물이 되어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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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갑니다. 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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