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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호사 박도순 Feb 10. 2016

[포토에세이] 일어서자 설날이니까

그저 바라볼 수만 있어도

<일어서자! 설날이니까>


우리 가족은 해마다 명절이면 가정 예배를 드린다. 딱히 정해진 순서도 없고 서툴기도 하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 밤새 교통체증에 시달린 조카도, 자다 일어나 눈 비비는 조카도, 새벽부터 부지런한 친정어머니도, 모처럼 친정에 모인 동생들과 제낭들도. 한 자리에 모이는, 가장 즐거운 시간이다.


빙 둘러앉아 큰소리로 찬송을 부르고, 한 단락씩 성경을 읽는다. 예배를 마친 뒤 친정어머니를 시작으로 각 가정마다 기도 제목을 나누는 시간이 있다. 우리가 아무리 피를 나눈 형제요 자매라 하여도 일 년에 겨우 두세 번의 마주함으로 각 자의 형편을 알기란 어려운 일이다. 처음에는 다들 쑥스러워하였으나 지금은 자연스럽고 기다려지는 시간으로 자리잡았다.


먹다 남은 부침개며, 고추장, 참기름, 김치냉장고에 있던 묵은 김치까지 상자와 보따리에 담아 서울로 돌아가는 동생 가족들, 무사히 잘 도착하였다는 메시지가 오면 이렇게 또 명절이 지났구나 생각한다. 나도 집에 돌아왔다. 작년 설날 가정 예배 시간에 나누었던 기도제목들을 들춘다. 올해 다시 기록한 기도 제목들을 읽어본다. 그때, 그날에는 그토록 간절한 기도 제목이었거늘.


일 년 후 다시 읽어보면, 이미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놀랍기도 하고, 웃음이 나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는 무시로 순간순간 열심히 잘 살아왔고 지금도 일상의 기적을 이루며 잘 살고 있다는 방증 아닐까. 일어서는 날이라고 '설날'. 지난해에 자빠지고 넘어짐을 당했더라도 손잡고 일어서라는 설날. 새해 다시 일어서자! 흩어진 가족들의 기도는 생각날 때마다 중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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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군 부남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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