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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호사 박도순 Sep 30. 2015

[포토에세이] 꾸준함이 재능이다

그저 바라볼 수만 있어도

<꾸준함이 재능이다>



부산에 있는 모 간호대학 졸업반에 재학 중이라는 학생으로부터 이메일이 왔다.그녀는 졸업 후 농촌에 있는 보건진료소에 근무하기를 희망하며 시험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하였다. 이메일은 아직 보건진료소를 직접 가본 적이 없어 궁금한 것을 여쭙겠다는 내용이었다. 병원 근무 경험 없이 곧 바로 보건진료소에서 일하는 데 문제가 없는가, 응급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응하는가, 정맥 주사에 자신이 없는데 시골이니만큼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주로 계실 것이니 정맥(Vein) 찾기가 쉽지 않을 터, 실제 그런 의료 행위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는가, 컴퓨터나 시설물이 고장이 날 경우 혼자서 고쳐야 하는가, 일 년에 한 번은 해외여행을 다녀와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등등이 그것이다.


지난 이십여 년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학생의 질문에 웃음이 나기까지 한다. 업무에 필요한 이론과 실무는 보건진료전담공무원 직무교육을 통하여 배울 것이니 염려하지 말라고 격려하였다. 근무하게 되면 동료가 있고, 선배가 있어 필요한 도움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적었다. 혼자 근무하기 때문에 사소한 일까지 처리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나 그것이 매우 어렵거나 까다롭지 않다는 설명을 붙였다. 무엇보다 지역 주민을 사랑하는 마음이 우선일 것이라는 조언까지 담았다.


주민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의 삶 속에서 함께 울고 웃다 보면 어느덧 성장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두려워할 것도 없고 염려할 것도 없다. 신(神)은 우리가 감당할 고난 외에는 허락하지 않으신다 약속하지 않으셨던가. 혹여 시험을 당한다 할지라도 피할 길을 낸다 하였으니 열심히 공부하여 꼭 시험에 합격하길 바란다는 진언(眞言)을 적었다. 현재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 중이거나 간호대학 학생들에게 가끔 이러한 이메일이나 메시지를 받는다. 나는 답장을 보낼 때마다 보건진료소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덕목이나 자질은 과연 무엇일까를 생각한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재주와 능력, 타고난 능력과 훈련에 의하여 획득된 능력을 아울러 ‘재능’이라 부른다. 그것은 소질이기도 하고, 능력이기도 하다. 모 대학병원에서 간호과장으로 근무 중인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얼굴도 예쁘고, 실력도 뛰어난 신입 간호사가 배치되어 병동 분위기가 좋아지고, 풋풋한 신규간호사의 열심인 모습이 보기 좋아 친구도 덩달아 일터에서 즐거움이 컸다는 것이다. 그렇게 서너 달 출근하더니 갑자기 ‘선생님, 내일부터 출근하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문자 메시지가 날아왔단다. 신임 간호사는 그렇게 사표를 냈다는 것이었다.


병원 근무는 한 달 전에 스케쥴을 짜야하고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사표를 내려면 적어도 한두 달 전에는 미리 사정 이야기를 해야 마땅할 것이나 요즘 ‘젊은 것’들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한다며 씁쓸하다는 것이었다. 간호사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은 무엇일까. 직업의 주체이자 질병으로 고통 받는 인간에 대한 전적인 사랑, 의료 활동은 사회가 직접적으로 요청하는 직무이기 때문에 사회 안에서의 기능이 있어 의료인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존경과 권위와 의무가 부여된다. 의료 지식은 인간의 생명과 직접 관련되는 것이니 수행할 능력과 기술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며, 진지하고 성실하게 수행해야 할 책임감과 윤리, 조화된 인격 등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친구와 나는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러한 자질이 모두 갖추어져 있다 하여도 ‘꾸준함’이 없으면 아무 소용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일상생활에서 같은 일을 십 년, 아니 그 이상을 오랫동안 해온 사람들을 우리는 ‘생활의 달인’으로 인정한다. 그들이 살아온 삶을 보노라면 오직 한 길만을 달려온 초인(超人)에 가까운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명감만으로도 안 되고, 자기주장만 해서도 안 되는, 자질을 골고루 갖추어야 할 직업이 어디 간호사 뿐이랴. 무슨 업무를 수행하든 꼭 필요한 한 가지를 더 보탠다면 ‘오래된 꾸준함’이 아닐까. 보건진료소에 근무하기를 원하는 간호학생에게 편지 본문 아래에 추신 한 줄 덧붙여 보내기를 눌렀다. 한 가지 더 기억하세요. 꾸준함이 재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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