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간호사 박도순 Jan 11. 2016

[포토에세이] 더 중요한 것

더 중요한 것


국립보건연구원에 근무하는 모 박사님으로부터 카카오톡으로 메시지가 날아왔다. 박 소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인사혁신처에서 교육받고 있는 중입니다. 이 메시지를 보고 박 소장님이 평소 생각하고 있는 저에 대한 ‘강점’을 보내주십시오. 필요하니 간략하게 적어서 보내주시면 됩니다. 가능한 빠른 답장 부탁드립니다. 몇 사람의 상담 진료가 끝나고 진료기록부를 입력하는 중이었다.


‘강점, 아주 많지요.’ 생각하다가 막상 글로 적으려니 쉽지 않다.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갑작스럽고 다소 엉뚱한 상황인 데다가 가능한 빨리 답장을 보내라는 부탁에 조마조마하여 두서없이 생각나는 대로 적어 내려갔다. ‘박사님!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아침부터 무슨 일인가요? 흠... 박사님은 온화함 속에 냉철함을 겸비한 사람. 두뇌가 명석하여 상황 판단이 빠르고 민첩하심.’


‘유머 감각이 뛰어나 많은 웃음을 줌. 때와 장소와 대상자에게 알맞게 눈높이를 맞추어 대화함. 꾸준한 운동을 하니 몸매가 좋아 무슨 옷을 입어도 아주 잘 어울리심. 시간 관리를 잘 하시는 멋진 프로.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노래를 잘 불러서 모임의 분위기를 주도하고 사람들을 즐겁게 해줌.’ 엔터키를 눌렀다. 이십여 분쯤 지났을까. 다시 메시지가 날아왔다. ‘박 소장님! 유능한 강사님으로부터 <코칭으로 리드하라>는 제목으로 강의 중입니다. 강사의 소개가 끝나고 그분은 교육생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당신이 알고 있는 사람 중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람 일곱 명을 선택하십시오.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나의 강점이 무엇인지 적어서 보내주십시오’라는 메시지를 보내십시오. 답장을 보내오는 사람이 있다면 오늘 강의를 통하여 그 사람이야말로 당신 곁에서 정말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전화번호부를 열고 한참 고민하였습니다. 이름을 살펴가며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일곱 명을 선택하였습니다. 수백 명이 저장된 전화번호부에서 일부를 선택해야 하는 일은 매우 곤란한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메시지를 보내 놓고 답장을 기다리는 몇 분 아니, 몇 초가 이렇게 길게 느껴진 적은 없었습니다. 몇몇으로부터 회답이 왔습니다. 답장을 보내준 사람들은 중요함을 너머 소중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강의를 통하여 알게 되었습니다. 다음에 만나면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며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런 강의를 받고 있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더라면 더 자세히 답장을 드릴 걸 그랬다는 얼마의 후회가 밀려왔다. 막연한 생각에 머물 뿐 당신의 강점은 이것이라며 표현하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의 강점을 발견하고 강점을 세워주는 일은 생활 속에서 흔히 경험되어지는 일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강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다. 삶은 연습 시간이 따로 없다. 날마다 생방송이다.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안다면 사소한 말 한 마디도 가볍게 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상대에게 용기를 주고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약(藥)이 되는 말의 습관도 훈련의 결과임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지금 바로 중요한 사람 일곱 명을 떠올릴 수 있는가. 나의 강점에 대하여 이야기해달라고 부탁한다면 망설임 없이 답장을 보내오는 사람들이 있는가.


우리는 누군가에게 중요한 사람이고 소중한 사람이다. 더 자세히 적어 보낼 걸 그랬다는 후회 속으로 새해에는 만나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배려해야겠다는 다짐이 들어왔다. 작은 일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큰 일도 결국은 작은 일로부터 시작되기에. 전화번호부를 열어본다. 언젠가 일곱 명에게 나의 강점에 대하여 이야기해 달라고 메시지를 보내고 난 뒤 당신은 사소한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는 답장을 잇따라 받을 수 있었으면.




지혜 있는 자의 혀는

지식을 선히 베풀고

미련한 자의 입은

미련한 것을 쏟느니라(잠언 15:2)

.

.

.


복있는 사람(도서출판 생명의 양식, 2016. 01/02월호)

@무주군 설천면, 2012


매거진의 이전글 [포토에세이] 가족사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