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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도 작가의 '우두커니'

by 심쓴삘

만화도서관이 생겼다길래 찾아가 봤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체의 만화책을 몇 권 빌렸다.

제목도, 작가도 생소하지만 오직 그림체만 보고 골랐다.


그중 하나가 심우도 작가의 '우두커니'


첫 장을 넘기고 끝장을 덮을 때까지 2시간 남짓.

책과 함께 마치 몇 년을 산 것처럼 먹먹하고, 절절해졌다.


늙은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딸내미.

찾아온 치매, 결혼, 임신..


작가가 실제 겪은 일상이라고 했다.

그 당신 겪은 일을 한 컷 한 컷 만화로 담아냈지만, 그간의 세월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우리 부모님은 아직 건강하시지만, 언젠간... 그 후엔...

그날, 잠이 오지 않았다.

부모님 댁 근처 실버타운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나에게도 먼 일이 아니기에 늘 돌봐줄 사람이 있는 편안한 곳이 실버타운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곳은.. 정말... 어나더레벨이었다.

이렇게 무능한 내가 갑자기 미련하고 한심해 보였다.


나 먹고 사느라, 부모님의 미래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바보같이.. 지만 잘난 줄 알고.. 미련하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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