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시리즈
올해 여름, 일요일 저녁만 되면 남편은 죽을상을 지었다.
내일이 월요일이라고, 출근해야 한다고..
그리고는 보통 맥주 3캔을 연달아 마시고 잠에 빠졌다.
지독한 월요병인가 보다,
갱년기인가 보다,
매너리즘에 빠져 재미가 없나 보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긴, 같은 분야 일을 10년이 넘게 하고 있으니,
이직을 해도 늘 봐오던 사람과 늘 해오던 일들.
지루할 때도 됐지.
가장이 아니고 생업만 아니면 진즉에 관뒀겠지.
저 짓눌러진 가슴이 안쓰럽지만,
"그래, 그냥 관둬, 내가 책임질게!"
라는 말이 입 밖으로 차마 나오지 않았다.
내가 버는 수입으로는 생활이 택도 없기에.
하지만, 남편이 도저히 못하겠다고 한다면,
당장 운전연수를 해서 퇴근 후 배송이나 물류센터일을 해야겠다 마음먹었다.
신랑은 그 지독한 월요병을 몇 달 앓더니,
어느 날부터 일요일 저녁에 다시 웃기 시작했다.
참 다행이다 싶었다.
그리고, 가을이 왔다.
어느 순간부터 일요일 밤이 괴롭기 시작했다.
회사를 가기가 싫었다.
너무나 가기가 싫었다.
동료도 없고 한국말도 없는 곳.
이런 마음을 내보이면 남편도 그때의 나처럼 불안하겠지.
월요일 출근만 잘하면 또 바쁘게 시간이 흘러가니까.
이번 주도 그렇게 지내보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