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12 - 취미는 가스라이팅

감사일기

by 심쓴삘

어제 카페에서 마신 커피가 문제였다.

나는 이상하게 커피를 마시면

속이 마구 뒤틀린다.

카페인이 맞지 않는 탓.


그런데 신랑이 그런 체질이 어딨 냐고,

내 마음이 커피를 안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다시 도전하는 마음으로

아메리카노를 마셨는데..

반 잔만 마셨는데 배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결국, 오늘 새벽부터 배가 아프더니

오전 내내 먹은 것 없이 구토를 해댔다.


거 봐, 말했잖아.

난 커피가 안 맞는 체질이라고.


신랑의 이런 개똥 같은 우김은 처음이 아니다.


신혼시절, 내 손톱을 깎아준대서 맡겼는데

손 끝이 좀 시큰하니 아팠다.

너무 바싹 깎은 거 아니냐고, 피나겠다 했더니

겁이 나서 그런 거지 멀쩡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내 피가 배어 나오고,

그 뒤로 다신 안 맡긴다.


신혼 두 번째 집이 원룸이었는데

바퀴벌레가 종종 나왔다.

나는 바퀴벌레를 끔찍이도 싫어하는지라

바퀴벌레가 등장하면 신랑이 구세주다.


그날도 바퀴벌레가 나오고,

약을 쳐댔는데도 살아서 도망가버렸다.

불안한 마음으로 거실에 앉아 밥을 먹는데

마치 그것이 온몸을 기어가는 기분이었다.


- 마치 발 밑에 있는 거 같아. 꿈틀대는 거 같아

-기분이 그런 거야.

바퀴가 그리 약을 맞았는데 어디선가 죽었지, 꿈틀대겠어?


이어 밥을 먹는데 갑자기 신랑이 밥을 뿜는다.

- 당신 지금 바퀴 밟고 있어!

...


나 정말 밟고 있네?


- 거 봐! 바퀴가 꿈틀댄다고 말했잖아!


그러곤 정신을 놓았다.


신랑의 이상한 취미는 가스라이팅.


오늘은 무엇에 감사해야 하는 것인가...

배가 덜 아파지고 있음에 감사하자.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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