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기
어제 카페에서 마신 커피가 문제였다.
나는 이상하게 커피를 마시면
속이 마구 뒤틀린다.
카페인이 맞지 않는 탓.
그런데 신랑이 그런 체질이 어딨 냐고,
내 마음이 커피를 안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다시 도전하는 마음으로
아메리카노를 마셨는데..
반 잔만 마셨는데 배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결국, 오늘 새벽부터 배가 아프더니
오전 내내 먹은 것 없이 구토를 해댔다.
거 봐, 말했잖아.
난 커피가 안 맞는 체질이라고.
신랑의 이런 개똥 같은 우김은 처음이 아니다.
신혼시절, 내 손톱을 깎아준대서 맡겼는데
손 끝이 좀 시큰하니 아팠다.
너무 바싹 깎은 거 아니냐고, 피나겠다 했더니
겁이 나서 그런 거지 멀쩡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내 피가 배어 나오고,
그 뒤로 다신 안 맡긴다.
신혼 두 번째 집이 원룸이었는데
바퀴벌레가 종종 나왔다.
나는 바퀴벌레를 끔찍이도 싫어하는지라
바퀴벌레가 등장하면 신랑이 구세주다.
그날도 바퀴벌레가 나오고,
약을 쳐댔는데도 살아서 도망가버렸다.
불안한 마음으로 거실에 앉아 밥을 먹는데
마치 그것이 온몸을 기어가는 기분이었다.
- 마치 발 밑에 있는 거 같아. 꿈틀대는 거 같아
-기분이 그런 거야.
바퀴가 그리 약을 맞았는데 어디선가 죽었지, 꿈틀대겠어?
이어 밥을 먹는데 갑자기 신랑이 밥을 뿜는다.
- 당신 지금 바퀴 밟고 있어!
...
나 정말 밟고 있네?
- 거 봐! 바퀴가 꿈틀댄다고 말했잖아!
그러곤 정신을 놓았다.
신랑의 이상한 취미는 가스라이팅.
오늘은 무엇에 감사해야 하는 것인가...
배가 덜 아파지고 있음에 감사하자.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