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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쓴삘 Aug 27. 2024

끈기에 대한 경험치가 상승했다.

짧은 글 시리즈

나는 끈기에 대한 경험치가 상승했다. 

얼마 전, 아이가 학교에서 폰을 잃어버렸다. 

목요일에 잃어버렸다길래 내 폰에 깔린 키즈폰관리앱에 들어가 현재 아이의 폰 위치를 확인하고, 아이의 폰 카메라가 지금 있는 장소를 촬영하게 했다. 

음.. 온통 파란색이다. 


파란색... 음.. 파란색인데 빛이 들어오는 듯한.. 

아이에게 파란색통이 학교에 있는지 물으니 화장실 휴지통이 파란색이랬다. 


5시경, 학교로 찾아가 선생님의 도움으로 각 층 화장실 휴지통을 다 뒤져봤다.  없다..

선생님께 학교에 있는 다른 파란색통들의 위치를 여쭙고 다 돌아봤으나 없다. 

아이가 내일 다시 학교에 가서 찾아보겠다고 하여 집으로 왔다. 


다음 날, 여전히 아이는 폰을 못 찾았다고 한다. 

신랑이 키즈폰관리앱으로 아이의 폰이 무음이더라도 소리가 나게 할 수 있단다. 

7시경, 신랑과 학교로 찾아가 당직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소리를 울리게 한 뒤 온 학교를 뒤지고 다녔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당직 선생님도 적극적으로 함께 찾아주셨으나 소득이 없자 토요일 오전에 오시면 다시 문을 열어주겠다고 하셨다. 


다음 날, 오전부터 온 가족이 출동하여 집에서부터 학교 가는 길을 샅샅이 뒤졌다. 흙바닥을 덮은 아주 큰 파란색 천막을 의심하여 계속 소리를 울려대고 아이의 폰 카메라로 사진도 찍어 받아봤으나 거긴 아니었다. 


아이의 폰은 여전히 학교 안에서 조금씩 움직일 뿐이었다. 어젯밤까지는 파란빛이 나는 곳에 있었는데 오늘은 많이 컴컴하다. 그 폰의 배터리는 이제 30%대.. 다 닳으면 이런 추적도 불가능하다. 


학교로 가서, 당직선생님의 안내를 받으며 어제 살펴본 곳들을 다시 살펴봤다. 

여전히 없다. 


포기하고 집으로 가려는데,

학교 뒤편 쓰레기 수거장에 있는 커다랗고 파란 일반쓰레기 수거함이 보였다.

당직선생님께 마지막으로 저곳을 살펴봐도 되는지 여쭙자 앞장서 주셨다. 


폰에서 소리가 울릴 수 있게 설정해 놓고 다가가는데, 


"엄마! 소리가 나!!"


앞장서던 첫째가 소리쳤다. 

모두가 서둘러 파란 수거함으로 가니 정말 소리가 났다! 삐삐삐삐삐삐삐

뚜껑을 열고 소리가 나는 쓰레기봉투를 집어보니 봉투 바닥에 아이의 민트색 폰이 빽빽 울고 있다. 

화장실 쓰레기와 함께 그 봉투에 갇혀있는 것. 


당직선생님도 어찌나 좋아하시는지, 내가 뿌듯했다. 

쓰레기통을 뒤진 우리 가족에게 소독티슈와 세정제를 내어주시며, 아이의 폰을 관리해 주는 그 어플 참 신통방통하다셨다.  진짜 그렇네요, 요물이네요. 


그 후 몇 날 몇 일 동안 우리 가족은 모두 셜록홈스가 되어 그날의 팩트에 살을 붙여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와, 정말 끝까지 해보면 뭐가 돼되는구나. 


끈기에 대한 경험치가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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