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보는 사이끼린 잔소리 넣어둬.
짧은 글 시리즈
예전에 드라마에선가,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치매 시부모를 모시는 며느리가 있는데, 시부모의 딸이 1년에 한두 번 찾아오는 설정. 근데 올 때마다 우리 엄마 머리가 왜 단정하지 못해요, 왜 냉장고 사정이 이모양이에요 등등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결혼 전에 본 장면인데도 보는 내가 다 억울했다.
그런데, 살면서 이런 경우가 꽤나 많다.
가끔 요리한다고 냉장고 여는 신랑이 유통기한 임박한 두부만 보고는 냉장고정리가 엉망이라고 싸잡아 말한다거나, 우리 파트 담당도 아닌 타 부서 상사가 어쩌다 본 주문리스트의 금액에 온갖 트집을 잡는다든지.
신랑은 정작 자신이 한 달 전 보관해 썩어가는 햄을 기억하지 못하고, 상사는 정작 주문내역의 최저가가 얼마인지 모른다. 이게 참 환장할 일이다.
괜히 봉변당하는 거다.
가끔 하는 일에는 깊은 참견 말고 가끔 보는 사이끼리는 잔소리는 넣어두는 게 맞는 거 아닐까.
올바른 지적과 참견이 아니라면 괜히 상대의 방어기제만 창출하게 될 것이다.
내가 신랑이 냉장고를 열 때와 타 부서 상사가 내 파일을 집어들 때, 잔뜩 몸을 부풀린 복어가 되는 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