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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짧은 글 시리즈

by 심쓴삘


경력단절 후 입사했던 첫 직장에서 만났던 한 분이 세월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학원 강사를 오래 했는데,

학기 초 1학기 중간고사 준비한 다음 기말고사 준비하고 2학기 시험 준비한 후 다음 학년 대비하고.

이렇게 1년이 금방 지나고 3년이 훅 지나가 어느새 6년이 눈코 뜰 새 없이 지나더니 어느덧 20년이 지나있었다고.

연애할 시간이 없어 결혼도 못했고, 나이가 들어 퇴직을 하니 뭘 할지 막막해지더라고.


인생의 속도와 나이는 비례한다고 한다.

대학생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난 이제 중년이 되었고.

어제가 기억 안 날 정도로 정신없이 벌이에만 집중하며 살고 있다.


젊었을 때는 아이들 어린이집 입소일이 빨리 오길, 입학일이 빨리 오길, 이 긴 시간이 빨리 가길 바랐는데.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모르고.


내가 아주 젊었을 적에 엄마랑 같이 '그대를 사랑합니다'라는 영화를 보러 갔었다.

눈물이 다 마를 정도로 울면서 봤다.

엄마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꼈을 거라 확신하고 영화가 어땠는지 물었더니 괜히 봤다며 우울하다셨다.

엄마에겐 그 일이 멀지 않은 일 같아서 감동보다 공감이 돼 우울하다고.


그땐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지금은 너무도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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