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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리를 아무도 듣지 않았길.

by 심쓴삘

24.1.23

아주 컴컴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하필 이럴 때,

휴대폰도 안 가지고 왔다.


여기가 어디지.

공간을 조금씩 더듬어본다.

딱딱한 벽이 있다.

손으로 두드려보지만, 돌로 된 벽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

다른 벽이 있을 것이다.


유리로 된 벽이 만져진다.

힘껏 두드려본다.

탕탕탕.


도대체, 지금이 몇 시인거지.

바깥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밀폐된 공간이다.

숨이 차 온다.

공기가 조금씩 사라진다.


덱스터, 너라면 어떻게 할까.

나는 도무지 여기서 빠져나갈 방법을 모르겠어.

넌 차가운 가슴을 가졌으니 이 상황에서도 침착하겠지.

나도 침착해지자.


다시 벽을 조금씩 더듬어본다.

문 손잡이가 있다!

조심히 돌려 문을 열어본다.

다행히 잠기진 않았다.


숨이 들이쉬고 바깥은 본다.

여긴...

하..


내가 또 소주를 마시면 인간도 아니다.

집 화장실에서 잠들었다가 소설 한 편을 쓰고 나왔다. 얼씨구나.


새벽 3시 10분.

제발 내가 화장실 벽을 주먹으로 쳤던 소리를 아무도 못 들었길.


덧. 요즘 덱스터 시즌1부터 8까지 정주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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