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시리즈
아침에 도로를 건너는 까치를 봤다.
다리를 다친 것 같지 않은데 까치 특유의 점프를 하며 넓지 않은 도로를 건너 맞은편에 도착했다.
재개발로 인해 높은 펜스가 쳐져 있는 곳 근처를 서성이더니 얇은 나뭇가지를 부리로 잡기 위해 몇 번을 시도했다.
그런데 나뭇가지를 부리로 무는 소리가 영 이상하다.
조금 더 가까이 가서 보니 이런. 철사다.
부리가 꽤 아팠겠는데..
20cm 남짓한 길이의 철사를 물고는 전신주의 변압기 사이에 놓아둔다.
올려다보니 이미 몇 십 개의 나뭇가지와 철사로 둥지의 바닥공사를 시작했다.
변압기 사이의 철사들이라니, 까치가 무사하길 바라는 수밖에.
로드킬이나 오늘 같은 이런 경우를 보면 늘 '성북동 비둘기'가 떠오른다.
동물들이 다니던 길에 도로가 생기고, 새들이 살던 곳에 아파트가 생기고.
너희의 터전을 빼앗아 만들어진 것들을 안타까워하면서도 편하게 누리는 나의 위선이 참 미안하다.
김광섭 님의 시, 성북동비둘기.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루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