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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하지 않고, 배설해 버렸다.

짧은 글 시리즈

by 심쓴삘

불현듯 이직을 생각했다.

이 나이에, 특별한 기술도 없는데. 용감하게도.


마침 예전에 함께 수업을 듣던 분께 일자리 제안도 받았던 터라

사장님께 이직을 할까 하는데 지금 급여를 이만큼 올려주면 여기 남겠노라고 말했더니

퇴사일을 알려달라고 하셨다.

그럼, 이번 달까지 일하고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날 밤, 침대에 누웠는데 밤새도록 잠이 오지 않았다.

4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돈 몇 푼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이 일을 그만두고 하루종일 문서와 씨름하는 곳으로 이직할 걸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왔다.


지금 직장을 계속 다니고 싶지만 이미 사장님에게 그만두겠다고 말해버린 후다.

입사했을 때부터 내 급여 공제금을 부담해 줬고, 석 달 후부터는 급여 외 보너스도 챙겨줬으며, 작년에 그만두려고 했을 때는 시급도 올려줬었다.

난 정말 똥멍청이다.

돈에 눈이 멀어 정말 생각 없이 누군가에게 큰 실망을 주고 말았다.


다음 날, 사장님께 업무 관련 메시지를 보냈지만 몇 시간이 지나도 1이 사라지지 않았다.

진심을 담아 어제의 무례함에 대한 사죄와 여기 계속 남고 싶다는 희망을 메시지로 전달했다.

몇 시간 후.


"계속해요, 당신은 최고니까."


....

당신은 역시 성인이군요.


다시는 말을 배설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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