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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Oct 25. 2024

'천천'이와 '열심'이랑 친하게 지내자

즐런행런 합시다

시간주, 거리주, 지속주, 빌드업, 인터벌, 업힐, 파틀렉, TT, LSD 등 많기도 많다.

바로 러닝 훈련 종류들이다. 이런 훈련들은 10k 대회나 하프마라톤 대회가 끝난 뒤 기록에 대한 욕심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 훈련이란 게 요즘 많이 참여하는 러닝 클래스나 클럽에서 누군가의 지도 또는 도움을 받으면서 하면 몰라도 나처럼 혼자 달리는 혼런족에게는 상당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각 훈련마다 설정해야 하는 거리라던가 시간이라던가 심지어 본인 수준에 맞는 훈련 페이스도 계산을 해야 하고 특히나 빌드업이나 인터벌 같은 훈련은 러닝용 스마트워치가 필수이기도 하고(물론 나는 지금 애플워치와 코로스 동시 착용 중..;;) 심지어 이런 훈련을 할 수 있는 트랙도 있어야 한다. 런린이 입장에서는 훈련을 하긴 해야 할 것 같은데 막상 하려니 너무 어렵고 복잡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갑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우리는 런린이니까.

우리는 훈련이고 뭐고 일단은 그냥 달리면 된다. 제대로 된 훈련을 할 만큼의 몸이 준비되지 않았는데 전문 훈련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러닝 초보인 우리에게 우선 가장 필요한 것은 어느 정도의 상당한 거리를 쉼 없이 달릴 수 있는 달리기 체력과 근력이기 때문에 달릴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천천히, 열심히 달리기만 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천천히'와 '열심히' 다. 빨리 달릴 수 있는 근력이 없는데 억지로 빨리 달리려 하다 보면 부상을 입을 확률이 높아진다. 천천히만 달리고 열심히 달리지 않으면 멀리, 오래 달릴 수가 없다.

그래서 초보자들에게는 조깅이 가장 쉽고 좋은 훈련이 되어 준다.

조깅은 천천히 달리는 것이다. 옆사람과 대화하면서 뛸 수 있을 정도로 천천히 가볍게, 보폭은 절대 커서는 안 되고 걷는 것보다 조금 넓은 정도를 유지, 숨이 가빠질 정도가 아니라 약간 차오르는 정도의 호흡을 유지하는 게 포인트. 하루종일도 뛸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의 강도가 딱 조깅이다. 1k로 시작을 하든 2,3k로 시작을 하든 천천히 열심히 달리다 보면 조금씩 달리기 근육이 붙기 시작하고 조금씩 달릴 수 있는 거리가 늘어나게 된다. 사실 이 조깅은 모든 러너, 마라토너들에게도 가장 기본적인 훈련이고 가장 많이 하는 훈련으로도 알려져 있다. 엘리트 선수들이나 마스터즈 중에서도 대회 입상 수준의 전문 러너들도 매일 조깅을 기본으로 가져가고 주 1회나 주 2회 정도 위에서 언급한 인터벌이나 빌드업 등을 포인트 훈련으로 시행한다.

조깅으로 7k 정도를 뛸 수 있게 되면 당신은 10k 대회에 나갈 수 있는 준비가 어느 정도 되었다고 보면 된다.(내 짝꿍도 딱 7k 조깅 두어 번 하고서 10k 대회에 참가해서 1시간 10분대로 완주했다.) 10k 대회 준비, 대회 완주 경험 이후에 기록 욕심이 생긴다면 다음 대회를 위해 조깅이 아닌 다른 훈련들을 조금씩 혼자서라도 흉내 내보면 되겠다.



주변에 트랙 훈련장이 없는 나로서는 조깅으로 5분 정도 거리 천변 산책로에서 주로 러닝을 하는데 평소 조깅은 5~10km, 포인트 훈련이 필요할 때는 빨리 달리다가 천천히 달렸다가 다음 가로등까지 질주를 한다던가 식으로 거리와 페이스를 내 맘대로 자유롭게 조절하는 파틀렉 훈련을 하고 하프마라톤 전에는 15km~17km 이상을 조깅 페이스로 천천히 뛰는 LSD 훈련을 한다. 나처럼 훈련에 대해 잘 모르는 런린이라도 혼자서 그나마 쉽게 할 수 있는 훈련이 조깅, 파틀렉, LSD 이렇게 3종이다. 이 3종 훈련만 꾸준히 해주기만 해도 10k 1시간, 하프마라톤 2시간 기록은 충분히 가능하다.


자랑할 정도의 기록은 아니지만 런생 2년 차 내 PB는 10k 50분 59초, 하프마라톤 1시간 54분 13초이다.


요즘 SNS에 올라오는 대회 기록 인증들을 보면 첫 10k 대회였는데 40분대로 들어왔다, 첫 하프였는데 1시간 30분대 기록했다 등 잘 달리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그런 인증들을 보면 지금 내 기록이 참으로 비루한 수준이구나, 빨리 자랑할 수준의 기록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하지만 절대 욕심을 내지는 않으려 한다. 욕심은 곧 부상이다. 10k 대회에서 1분의 기록을 줄이기 위해서는 1km 당 6초를 앞당겨야 하는데 이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뛰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부상으로 러닝을 장기간 쉬거나 아예 하지 못하게 되고 싶지는 않다. 나는 오래도록 즐겁고 행복하게 달리고 싶은 사람 중 하나이다. 그래서 나는 천천히, 그리고 열심히 뛰면서 부상 없이 꾸준히 내 달리기 능력을 키워서 조금씩 기록을 높여가고 싶다. 무작정 빨리 달리는 것만이 러닝의 목적은 아니지만 더 빨리 잘 달려서 기록을 경신하는 것이 좋은 동기부여이자 러닝의 아주 큰 재미임은 부정할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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