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너는 특별하다?!
2020년대 들어서 가장 핫한 스포츠가 뭔지 말해보라면 골프, 테니스, 러닝 이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진입 장벽의 높이와 지속의 어려움을 핑계로 골프는 일찌감치 리스트에서 제외한 나는 테니스와 러닝은 당당히 즐기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테니스 동호인, 러닝 동호인이다.
사실 골프와 테니스는 코로나라는 특수 상황 덕을 많이 보지 않았나 싶다. 실외에서의 자유로운 스포츠 활동 및 대면 제한이 풀리면서, 그리고 패션에 민감한 MZ세대들을 등에 업고 골프, 테니스 시장은 그야말로 호황을 누렸다. 특히 테니스의 경우 골프 시장의 포화로 인해 자연스럽게 커진 덕도 있을뿐더러 골프보다 쉽게 접할 수 있고 보다 활동적이고 역동적이라는 매력이 소비력을 갖춘 20대~30대들을 끌어들였다고 보인다. 물론 지금은 조금 그 열기가 식은 감이 없지 않지만 여전히 백화점이나 아웃렛에서 사람들이 붐비는 코너는 골프 매장이고 테니스 코트 예약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고들 말할 정도다.
그럼 러닝은??
러닝은 골프, 테니스에 비해 훨씬 우리에게 오래전부터 친숙한 스포츠다. 그냥 단순히 달리는 행위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4년마다 개최되는 올림픽에서 피날레를 장식하는 종목인 마라톤으로 러닝을 인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러닝=달리기’, ‘달리기만 하면 그게 러닝이지 뭐’, ‘그냥 언제든 나가서 뛰면 그게 러닝 아닌가?’ 라며 쉽고 편하며 자신과도 늘 가까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다 맞는 생각이고 맞는 말처럼 들린다. 달리기란 인간을 비롯한 많은 동물이 이동 속도를 올리기 위해 체득한 기술이며 이를 전문적으로 하는 정식 스포츠 종목을 육상이라 칭할 뿐(마라톤은 육상 종목 중에서도 42.195km를 달리는 장거리 종목을 말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잠깐잠깐이라도 달리는 행위를 하고 있기에 자신들에게도 러닝은 친숙하다고 느낀다. 그저 지금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뿐 러닝은 자신이 하고플 때 언제든지 얼마든지 쉽게 실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착각이다.
당신은 정녕 ‘러닝’이란 것을 해 본 적이 있는가?
깜박이는 초록 보행신호를 보고 급한 마음에 전력 질주를 해 본 적도, 수업이나 약속 시간에 늦어 헐레벌떡 뛰어본 적도 있을 것이기에 달린다는 행위 자체를 안 해 본 것은 아닐 테다. 하지만 단순히 달린다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 활동으로서의 달리기’, ’달리는 행위를 상당 시간 지속하여 행하는 것‘을 실제로 해 본 적이 있거나 하고 있는 사람은 의외로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왜일까?
그것은 ‘진짜 러닝’에 대한 경험 유무의 차이일 것이다. 러닝을 통해 즐거움, 성취감, 자신감, 자존감 등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에게 러닝은 숨이 차고 다리도 아프고, 하기 싫지만 다이어트 때문에 억지로 하는 그저 그런 괴롭고 비정기적인 행위로만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러닝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즐기는 수준의 진짜 러닝을 만나게 된다면 오히려 자꾸만 러닝에 욕심이 생기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나처럼.
당신은 러너인가?? 그렇다면 당신은 조금 특별하다. 러닝을 하지 않는 사람과 구분되어지는 특별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