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서열은 분명히 존재한다.
예전에, 회사 동료랑 신세계백화점에 간 적이 있다.
각자 차를 타고 가서 주차한 뒤 만나기로 했는데, 그날따라 유난히 길이 막혔다.
세일기간이라 그런가, 입구부터 차가 길게 늘어섰다.
‘오늘은 좀 걸리겠는데...’
백화점 근처에 거의 다 왔을 무렵이었다.
동료에게 이 상황을 알려야겠다 싶어서 핸드폰을 잡았는데, 백미러로 익숙한 차가 들어왔다.
동료였다.
‘곧 알겠지’ 생각하며 다시 앞을 봤는데, 그 차가 갑자기 다른 쪽으로 빠졌다.
내가 가는 방향이 아니었다.
'어디로 가는 거지?'
눈으로 따라가 봤다.
VIP 주차장.
처음엔 길을 잘못 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정확히 그쪽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나는 일반 주차장에 겨우 차를 대고 올라갔다.
동료는 이미 약속 장소에 와 있었다.
“커피 한 잔 하자.”
그가 나를 데려간 곳은 VIP 라운지였다.
조금 당황스러웠다.
근데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과시하려는 것도 아니었고.
정말 그런 사람이었다면, 진작에 뭔가 얘기했겠지.
VIP 라운지.
처음 들어가 봤다.
커피도, 디저트도 공짜.
응대도 부드럽고 친절했다.
그 공간에 앉아 있는데, 문득, 다른 세계에 들어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위아래가 있는 느낌.
자본주의의 향기랄까?
괜히 내가 작아진 것 같았지만, 티는 내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그냥 부러웠다.
‘이 사람, 어떻게 VIP가 된 거지?’
VIP는 연간 결제액이 꽤 높다고 들은 적이 있다.
나중에 알았는데, 그 친구는 이미 몇 년 전부터 VIP였다고 했다.
그날 이후,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될까?’
부러움이 시기심으로 바뀌고, 시기심은 열등감으로, 열등감은 다시 자극이 됐다.
근데 그 감정도 오래가진 않았다.
회사, 집, 야근, 월급. 매일 도는 그 바퀴 안에 휩쓸려 그날의 감정도 희미해졌다.
결국, 다시 미지근한 우물 안으로 돌아왔다.
며칠 뒤, 그 동료랑 또 백화점에 갔었다.
이번엔 아무렇지 않게 그를 따라 VIP 라운지로 들어섰다.
이상하리만큼 익숙했다.
처음처럼 자극도 없었다.
마음도 조용했다.
그리고 며칠 전, 고층 빌딩이 가득한 동네를 지나게 됐다.
부산에서 제일 집값이 비싸다는 곳.
차 안에서 바라보다가, 문득 예전 그 감정이 다시 올라왔다.
‘여기 사는 사람들은 뭐가 다를까?
운이 좋은 건가?
아니면… 애초부터 시작점이 다른 건가?’
솔직히, 그런 생각이 스쳤다.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와도
누군가는 펜트하우스로 올라가고,
누군가는 오래된 연립주택으로 돌아간다.
그 차이를 익숙하다고 생각하면
익숙해진 만큼 거기서 멈춰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익숙해지는 게 무서울 수도 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창밖을 보며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5년 안에, 나도 이걸 갖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