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타인의 삶을 단편적으로 본다
며칠 전, 가족들과 저녁 외식을 하기로 했다.
요즘 들어 첫째 딸의 짜증이 부쩍 늘었다.
혼자 있을 때는 괜찮지만, 동생과 함께 있으면 부모에게 반항적인 행동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 한다.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지만, 가끔은 나도 화를 참지 못할 때가 있다.
“나를 먼저 봐달라”, “나를 더 챙겨달라”는 무언의 메시지겠지만,
잘못된 방식으로 표출하는 건 바로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치면서 내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외식 메뉴를 고를 때부터 일이 시작됐다.
최근 몇 번의 외식에서는 늘 딸의 의견을 먼저 들어주었지만, 이번에는 둘째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그 순간부터 딸의 태도가 삐딱해졌다.
“먹기 싫다”라는 말부터 시작해, 운전하는 내내 “집에 가자”라는 투정이 이어졌다.
졸린 눈으로 보아하니 잠투정도 섞여 있는 듯했다.
막히는 퇴근길, 짜증 섞인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 내 속이 끓어올랐다.
결국 큰 소리를 냈다. 특히 운전 중이라 예민했던 것도 한몫했다.
그 순간에도 아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이를 다독이려 애썼다.
하지만 딸은 또 다른 방식으로 동생을 자극했고, 동생도 울음을 터뜨렸다.
반복되는 상황에 나는 다시 화를 냈다. 그게 두 번째였다.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딸은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했다.
엄마 아빠가 안아주길 바라는 마음도 알았지만,
주차장에서 식당까지는 꽤 걸어야 했고 솔직히 그럴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땐 내 딸이지만, 조금 미웠다.
나는 아들 손을 잡고 먼저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아내가 몇 번 설득 끝에 딸은 차에서 내리려 했는데, 또 짜증을 부리며 차 문을 세게 열려는 행동을 했다.
옆차에 부딪힐 상황이었기에 아내가 결국 화를 냈다.
“그렇게 문 열면 안 된다고, 이쪽으로 내리라고 했잖아.”
평소보다 높은 목소리였다. 오는 길 동안 쌓였던 감정이 아내에게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미 두 번이나 화를 낸 나도 결국 자리를 피했으니까.
그런데 그 순간, 주차장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아내가 마치 평소에도 아이에게 소리치는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찔했다.
그 장면에서 문득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키즈카페에 갔을 때였다.
어떤 부모는 아이 앞에서 강하게 훈육했고, 어떤 부모는 크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냈다.
그때의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왜 저렇게까지 화를 낼까?”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니, 그들에게도 나처럼 말하지 못할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타인의 삶을 단편적으로 본다.
그럼에도 쉽게 판단하려 든다.
이번 일을 겪으며 깨달았다.
먼저 공감하고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
우리가 보지 못한 수많은 장면들이, 그 사람의 삶 안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