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아메리카노가 불러온 파장

지나고 나니 모든 것이 좋았다.

by 더블와이파파

지난 월요일, 오전 강의를 위해 학교로 향했다.

2시간 연강이라 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챙긴다.


오전 운동을 막 끝낸 직후라 목이 말랐고, 시원한 커피 한 잔이 간절했다.

월요일 아침은 언제나 그렇듯 출근길 차량과 겹쳐 길이 막혔다.


평소보다 10분 정도 늦게 도착해 서둘러 단골 커피숍으로 향했다.


학교 입구에 있는 커피숍.

맛은 평범했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동선상 가장 편했다.

몇 달째 그곳을 이용해 왔다.


그런데, 아뿔싸. 그날은 문이 닫혀 있었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순간 고민에 빠졌다.


‘그냥 강의장으로 갈까, 아니면 다른 커피숍을 찾아볼까?’

당장 마시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커피가 더 간절해졌다.


근처 커피숍을 찾아야 했다.

늦은 시간이라 마음이 급해졌다.

계단을 내려가던 중, 다행히 커피숍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가격을 확인해 보니, 원래 가던 곳보다 500원이 더 저렴했다.

사람들이 줄 서 있었고, 나도 그 뒤에 섰다.


곧 키오스크 앞에 섰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마음은 더 조급해졌다.


원두를 고르고, 사이즈를 선택했다.

선택을 마치고 주문표를 받았다.


“62번 고객님.”

드디어 내 차례였다.


“주문하신 따뜻한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응? 따뜻한 아메리카노?’


잘못 들었나 싶어 주문표를 다시 확인했다.

아, 내가 실수로 잘못 주문한 것이었다.


머쓱한 마음에 그냥 커피를 받아 들고 강의장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한 모금 마시고 싶었지만, 너무 뜨거워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괜히 '오늘은 운이 없는 날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강의장에 도착해 뚜껑을 열었다.

따뜻한 커피 향이 은은하게 퍼졌다.

그제야 한 모금 마셨는데, 목 넘김이 부드러웠다.


마침, 올해 들어 가장 쌀쌀한 날이었다.

문득 이런 날엔 따뜻한 커피가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를 진행하는 동안 커피는 딱 마시기 좋은 온도로 식었다.

한 모금, 두 모금 마실 때마다 ‘아, 좋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목도 칼칼했는데, 차가운 커피를 마셨다면 오히려 더 안 좋았을 것이다.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어쩌면 모두 나를 위한 일이었구나.’


오늘은 내게 더 저렴하고 맛있는 커피숍을 알려주려던 날이었고,

내 목 상태를 위해 따뜻한 커피를 주문하게 한 날이었다.


돌이켜보니, 나에 일어난 모든 일이 결국 나를 위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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