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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자식도 거리가 필요하다

함께 있기 위해 가끔은 떨어져 있어야 한다.

by 더블와이파파

아무리 사랑하는 아이들이라도, 가끔은 잠시 떨어져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이 말은 아빠보다는 엄마에게 더 해당될지도 모른다.


아이가 어릴수록 그 필요는 더 커진다.

하루 종일 아이와 붙어 있다 보면,

처음엔 웃음이 넘치던 시간이 어느새 피로와 짜증으로 변하기도 한다.


아이는 부모의 감정에 쉽게 영향을 받고,

부모는 고갈된 에너지로 아이를 돌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소진되어 버린다.


그럴 땐 하루 중 몇 시간,

혹은 일주일에 하루만이라도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는 시간이 필요하다.


오로지 나 혼자만의 시간.

생각하고,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

그 시간이 나를 살린다.


떨어져 있으면, 금세 그리움이 찾아온다.

그리움은 사랑의 밀도를 짙게 만든다.


가까이 있을수록 당연해지기 쉬운 사랑은, 적당한 거리 뒤에 다시 새롭게 느껴진다.

어쩌면 혼자 있는 시간은 인간에게 본질적으로 필요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늘 어떤 역할 속에 묶여 살아간다.

엄마, 아빠, 직장인, 친구, 딸, 아들...

그 역할에 익숙해질수록 본래의 ‘나’는 점점 희미해진다.


그래서 고독이 필요하다.

고독은 외로움이 아니다.

고독은 선택할 수 있다.

스스로에게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조용한 공간에서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 그 순간, 마음이 제자리로 돌아온다.


외로움은 연결되지 못한 데서 오는 공허함이고, 고독은 나와 연결되는 시간이다.


그래서 사람은 누구나 자기 안에 머무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그 시간이 있어야 세상과 건강하게 연결될 수 있다.


억지 관계에 지쳤던 탓일까.

이제는 혼자 있는 시간이 점점 더 좋아진다.

고독을 지나고 나면 사람들과의 관계도 더 깊어졌다.


사랑하는 사람과 잘 지내기 위한 조건은 늘 함께 있는 게 아니다.

거리 두기, 침묵, 고독. 이런 시간들이 필요하다.


그 속에서 나는 나를 충전하고,

사랑도 건강하게 다듬어진다.

함께 있기 위해, 가끔은 떨어져 있어야 한다.


고독을 통해 먼저 나와 잘 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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