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정확히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고기능 우울증이라는 말을 들었다.
처음에는 조금 낯설었다.
우울한데 기능이 높다니, 어딘가 모순처럼 느껴졌다.
겉으로는 성실하다.
해야 할 일을 제때 해내고, 약속을 어기지 않으며, 맡은 책임을 끝까지 감당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한다.
“자기 관리가 철저한 사람이야.”
“늘 잘 해내잖아.”
하지만 내면의 풍경은 다를 수 있다.
쉬지 않고 일한다. 멈추면 불안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성과가 줄어들면 나의 가치도 함께 줄어든다고 느낀다.
겉은 단정하지만 속은 끊임없는 압박으로 조여 온다.
‘더 잘해야 한다.’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지금 멈추면 뒤처진다.’
이 문장들이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돈다.
몸은 움직이지만 마음은 닳아간다.
성과는 쌓이는데 에너지는 빠져나간다.
웃고 있지만 안에서는 조용히 무너진다.
그래서 더 알아차리기 어렵다.
아직 잘 해내고 있으니까, 겉으로는 무너지지 않았으니까.
그러는 사이 자신은 조금씩 소진되어 간다.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고기능 우울증은 ‘못하는 상태’라기보다 ‘멈추지 못하는 상태’에 가깝다고 한다.
쉬면 안 된다는 압박,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의무감, 스스로를 향한 끝없는 채찍질.
계속 달리지만 어디로 가는지 모를 때, 멈추면 안 된다고 믿을 때, 사람은 점점 자신과 멀어진다.
그래서 자신을 정확히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잘 해내는 사람에게도 휴식은 필요하다.
성과와 상관없이 존재는 이미 충분하다.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
멈춘다고 해서 무너지지 않는다.
오히려 멈출 때, 비로소 나를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