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

좌충우돌 샌프란 생존기

by Aprilamb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은 샌프란시스코의 서남쪽 끝 동물원 옆에 있다.



사실 길을 찾기 위해 지도를 보다가 터치를 잘못해 줌아웃을 하지 않았더라면 돌아갈 때까지 이 곳의 존재를 몰랐을지도 모른다. 하긴 어쩌다가 알게 되긴 했어도 찾아가 볼 생각은 한 번도 안 했었다. 이 곳에 사는 사람들도 크게 관심 없는 것 같고, 여행 온 사람들이라면 더욱더 이 곳을 보러 반나절을 할애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 곳에 나는 가기로 결심한 것이다.


며칠 전 생각 없이 인터넷을 뒤지다가 충동구매해버린 LP 플레이어에 올릴 Vinyl을 몇 장 사고 싶을 뿐이었다. 좀 오래된 중고 재즈 LP를 판매하던 곳을 버클리 근처에서 하나 봤었으니 비슷한 대학가를 가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나서게 된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

얼마 전에 갔었던 동물원 근처니 가까운 곳은 아니지만, 천천히 한번 가보기로 했다. 버스를 두 번 갈아타면 한 시간 조금 넘게 걸리는 곳이다. 창 밖을 보면서 여유 있게 가보려 했지만, 역시 차만 타면 자버리는 것은 평생 못 고칠 고질병이다. 한 시간이라지만 순간이동한 것처럼 도착한 주립대학은 레이크 메르세드 공원 옆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런데, 음식점이나 서점이 즐비한 일반 대학가 와는 다르게 공원 옆 진입로가 바로 학교로 이어진다. 아마 반대쪽은 다르겠지 싶어 둘레를 따라 걷기 시작하는데, 이 곳은 체대인 건지 여기저기 유니폼 입고 아침 구보를 하는 무리가 한 둘이 아니다. 남자들도 여자들도 모두 서넛 모여서 줄을 맞춘 채 정신없이 달리고 있는데, 선수촌을 가본 적은 없지만 분명히 이런 모습일 것 같다.

더 황당한 것은 학교를 빙 둘러 걸어봐도 도무지 서점이나 음식점 같은 것은 나오지 않는데, 사방이 절벽이고 나머지 육지는 모두 감옥인 알카트라즈와 다를 바가 없다. 이곳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가끔 시험을 망치면


아 정말 이번 학기는 망했어! 그 망할 교수!


하면서 맥주 한 잔 할 곳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제발 내가 대충 다녀서 못 찾은 것이길 바란다. 아니라면 학생들이 너무 불쌍하니까.


왜 이 곳에 일반인이 아무도 오지 않는지 알 것만 같은 심심한 상황에서 다행히 근처 쇼핑몰을 발견했다. 스톤즈 타운 갤러리아라는 곳인데 Macy’s와 Nordstrom도 같이 붙어 있을 정도로 대규모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흔한 게 쇼핑몰이고 어디든지 들어가면 다 똑같은 매장들 뿐이라 크게 재미도 없다. 심지어는 아무리 둘러봐도 넓기만 하고 감흥 제로인 주립대학만도 못하다. 주립대학의 Fine Art 건물 옆 나무에는 괴물 부엉이 동상이 올려져 있는데, 모두 비슷한 쇼핑몰 간판보다는 차라리 훨씬 재미있다.


아무래도 레이크 메르세드 공원이라도 걸어봐야 오늘 뭐라도 한 것 같을 텐데, 미국 공원이라는 게 바깥에서 보면 규모도 크고 나무도 많지만 도대체 어디로 들어가야 하는지 알 길이 없다. 저 멀리 보이는 레이크 메르세드 공원도 역시 마찬가지로, 바로 앞에 보이는 울타리를 넘어 들어갈 결심을 하지 않는 한은 수십 분 내에 진입하기 힘들 것만 같다. 사실 공원에 들어가도 나무 사이를 걷는 것뿐이지 그걸 만지거나 나무뿌리를 뜯어먹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멀리서 보는 것과 큰 차이는 없을 것 같아서 그만 두기로 했다.


사실 오늘 목적은 LP를 사는 것이니 말이다.(물론 구매하지 못했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달리는 기린을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