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눈이 충혈된 것이 삼주차에 들어섰다. 눈이 아프거나 거북한 것은 없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었는데, 조금 나아지는 것 같다가도 갑자기 다시 용광로처럼 시뻘개 지는 게 몇 주째 반복되다 보니 이제 꽤 스트레스다. 뭔가에 열중하는 것 같다거나 눈빛이 그윽해 보인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피눈물을 흘리기 직전의 악마 같다는 의견이라 이대로 놓아둘 수는 없다. 그래서 삼주만에 병원을 방문했음.
‘알레르기성 결막염이에요.’
손가락으로 눈을 벌려 조금 살펴보고는 너무 쉽게 진단을 내려버리는 의사였다. 뭐라도 좀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 나는 일회용 안약의 뚜껑을 닫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한 개의 일회용 안약을 삼일동안 사용했던 적도 있다. 눈의 충혈이 시작된 것도 그즈음이었기 때문에 그게 좀 의심이 된다. 세균성 혹은 바이러스성 결막염이면 어쩌지? 하지만, 이미 진단을 내려버린 상태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진단을 번복할 의사는 없다. 만약 의사가 ‘아.. 아앗. 그렇다면 세균성 결막염일 가능성이 높겠는데요?’라고 한다면, 나는 바로 ‘그렇다면 왜 알레르기성 결막염이라고 하신 건데요?’라고 물어보겠지. 그리고 바로 돌팔이 의사라고 단정을 내려버릴 것이다.
‘안약을 처방해 드릴게요. 후메토론이라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하고, 라이트올론이라는 항히스타민제예요. 후메토론은 하루에 네 번, 라이트올론은 하루에 두 번 넣으세요. 한 종류의 약을 넣었으면 적어도 5분 있다가 다른 약을 넣으셔야 돼요. 인공눈물도 처방해 드릴 테니까 자주 넣으시고요. 낮은 온도의 인공눈물은 염증을 가라앉히는 효과도 있어요. 먹는 약도 하나 처방해 드릴게요. 알레르기 약인데 하루에 한 번 드세요. 그리고 다음날에도 같은 시간에 드시고요.’
평생 알레르기가 없었던 내게 알레르기성 결막염을 처방해 준 그였지만, 나는 의사의 말은 꽤 잘 듣는 편이기 때문에 시키는 대로 성실하게 점안액을 눈에 넣었다. 정확하게 후메토론을 세 번, 라이트올론을 두 번, 인공눈물을 한번 넣고, 알약을 한 개 먹고 났더니 주변 사람들이 모두 현대의학에 혀를 내두른다. 심지어 어떤 친구는
‘흰자위가 너무 희어서 무서워요.’
이런다.
그 정도는 아니긴 하지만 좀 놀라긴 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악마가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