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 - 다자이 오사무
비교적 짧은 편에 속하는 소설이라 지하철 안에서만 읽는다 해도 며칠 안에 읽어버릴 수 있는 책입니다. 여러 사람들의 추천에 꽤 오래전에 사두었는데, 추천이 많은 책은 왠지 뒤따라 가는 듯한 느낌이라 손이 잘 안 갔더랬죠. 그러다가 얼마 전에 우연히 손에 잡혀 읽게 되었는데, 분명히 평범한 소설들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주인공이 작성한 수기를 모아놓은 형태인 '인간실격'은 이중적인 인간 그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화두이며, 요조는 그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아이러니컬하게도 똑같이 이중성으로 대처하게 됩니다. 상처받고 싶지 않기 때문에, 숨기고, 센척하고, 아는 척하고, 거짓 웃음을 지어야 하며, 그 모든 행동들은 다시 고통으로 다가옵니다. 그런 자괴감의 쳇바퀴 속에서 하루하루를 영위해야만 하는 인간의 존재가치에 대한 고민이 너무 사실적이고 감각적으로 표현되어 있어, 책을 읽던 중에 인터넷에서 '다자이 오사무'를 검색해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의 히스토리를 살펴보니 역시 이 글은 소설이라기보다는 자서전에 가까웠는데요. 이 소설에 있는 모든 내용들은 '이러지 않을까?'에서부터 시작된 상상이 아니라, 글을 쓴 사람이 겪어온 차갑고 아픈 과거. 한 문장 한 문장이 모두 자신이 살아오면서 느꼈던 혹은 받았던 감정과 시선들이기 때문에, 읽다 보면 마치 옆에서 그 장면을 보고 있는 듯 소름이 끼쳤습니다. 그리고, 불쌍했습니다.
분명히 인간의 생활은 다른 동물이나 식물과는 다를 겁니다. 본능 외에도 이성이 존재하고, 그 이성의 차이가 각자의 가치관을 차별화시키며, 그 차이들은 또다시 개인 간의 갈등을 야기시킵니다. 하지만, 그 차이는 동시에 서로 좋아하게 하거나, 보완하게 하기도 하죠. 서로 협력하기도 하고, 같은 목표를 향해 힘을 모으기도 하고, 서로 공격하기도 하고, 전쟁을 하기도 하고.
이런 인간의 특징이 좋다고 할 수 있는 것인지는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동물원에 가서 노닥거리고 있는 동물들을 보면 한 삼십 분은 재미있다가도 이내 지루해져 버리기 때문에. 그런 이유로 인간 쪽이 위험하긴 하지만 조금 더 재미있다고는 생각합니다. 역시 재미있는 것이 좋은 것인지는...
자신 스스로 '인간실격'이라 생각하고 결국 자살까지 했다 하더라도 제일의 문호라 인정받으며 내내 존경받게 되기도 하니, 단편적인 현실의 모습에 너무 고민할 필요는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책은 길이가 부담 없으니 그냥 추천해볼까요? 부담 없습니다. 술술 넘어가요. 짧아도 뒤는 좀 지겹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