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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세탁기 없어도 괜찮아

궁극의 미니멀 라이프 - 아즈마 가나코

by Aprilamb

지나다니다가 제목 때문에 집어 들었던 책입니다. 제게 '궁극'이라 하면 지구 일촉즉발의 순간에 정의의 용사가 시전 하게 되는 필살기를 수식하기 위한 단어로, 평범한 일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궁극의 미니멀 라이프'라니 대체?


책이 생각보다 분량이 적기 때문에 한 30분이면 후딱 읽어버릴 수 있어요. 뭔가 자린고비 스타일로 힘들게 절약하는 방법을 일러주는 방법서는 아니고, 비우고 버리는 삶의 평온함과 즐거움에 대해 소소하게 이야기하는 에세이 형식의 글입니다. 저는 요즘 좀 버리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중이라 더 읽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전달 방식은 부드러워도 방법 자체는 인터넷의 '절약하는 방법' 검색 결과와 별 다를 바는 없긴 합니다.


식사 메뉴를 정하는 방식에 대한 철학이 제가 비즈니스나 인생을 대하는 자세와 비슷했어서 기억에 남는데요. 작가는 먹고 싶은 메뉴를 먼저 결정한 후 장을 보지 않고, 지금 있는 재료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고 해요.

저도 뭘 하던 우선 제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소재 혹은 재료들을 먼저 종합하고, 하고 싶은 것을 위해 재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선별한 후 추가적으로 필요한 것들에 대해 고민하는 편입니다. 지금까지의 것들을 모두 테이블 밑으로 밀어버리고 제로 베이스에서 하나하나 새로운 것들만으로 뭔가를 구성하는 성격은 아니거든요. 실패했던 사례 혹은 사놓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재료,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했던 경험 같은 것들도 모두 언젠가는 더 나은 것을 구성할 수 있는 좋은 부속이 되어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노후의 불안이나 장래에 대한 불안은 물건이 많아 풍요로워 보이는 '지금의 생활'을 유지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것 아닐까요? 하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제로예요. 물건이 없는 게 기본에 깔려 있기 때문에 불안도 없는 거죠.


라고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고, 사실 저도 인터넷만 잘 된다면 하루 한 두 끼 정도만 소식하면서 토굴 같은 곳에서도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딱히 큰 욕심 없이 살고 있거든요. 물론 그렇다고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방식대로 '궁극'의 미니멀 라이프를 살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만, 남는 음식 재료를 말리는 것은 한번 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말린 연근 같은 것은 생각보다 맛있을 것 같거든요.




냉장고나 세탁기가 없으면 저는 좀 불편할 것 같지만,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으니 서점 바닥에 깔려있는 이 책을 집어 들게 된다면 훅 한번 훑어보세요. 재미는 그닥.(출판사 관계자 분들께는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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