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무라 가오루 - 술이 있으면 어디든 좋아
소설이었습니다.
그것도 중반 이후쯤 깨닫게 되었네요. 주인공이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는 부분에서 살짝 의심이 되어 표지를 뒤집어 보았더니 '기타무라 가오루 장편소설'이라니! 저처럼 날카롭지 않으신 분이라면 읽고 나서 친구에게 괜찮은 에세이라고 소개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정말 주변에 한 둘 쯤 있는 그런 친구의 생활 이야기 같다고 할까요?
원래 술을 잘 마시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제목의 책은 평생 집어 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었지만, 요즘은 맥주 정도는 기분 좋게 즐길 수 있으니까. 퇴근 후 간단히 튀겨낸 야채에 도쿠리도 꽤 운치 있지 않나요? 고개를 끄덕이시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즐겁게 술술(?) 읽어내실 수 있을 겁니다.
챕터는 단편적인 술자리 관련 에피소드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이야기들이 꽤 있음 직한 이야기들입니다. 구성 자체는 말씀드렸던 대로 에세이 같지만, 각 에피소드는 시간 순서대로 흐르고 그 가운데 주인공들의 관계도 점점 진화합니다. 하지만, 관계 자체를 발전시키기 위한 이야기는 따로 두지 않고, 오로지 술과 관련된 에피소드들로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데요. 그런 소재의 나열만으로 주인공을 결혼시킬 수 있다니... 아무래도 이 작가의 다른 책들도 한번 읽어봐야 할까요?
처음 읽을 때는 문체도 약간 가볍게 느껴지고, 이야기의 짜임새도 조금 허술해 보였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네요. 하지만,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술에 대한 에피소드들도 대부분 재미있었고요. 물론 읽고 나서 며칠 지나면 대부분 잊어버리겠지만 말이죠.
술 한잔 하고 싶은데 마땅한 약속이 없는 날 한번 천천히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미야코'도 '코사카이'도 모두 여자 주인공을 가리키는 이름이니 '이건 또 누구야?'하고 고민하지 않으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