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이라도 눈물이 뚝뚝

''내 생애 봄날' - 수영

by Aprilamb
배우가 눈이 크다는 건 엄청난 장점

라는 것을 이 드라마의 여주인공인 '수영'을 보면서 느꼈습니다. 수영의 느낌은 '아주 열심히 하는 아이돌'로 - 태연보다 키가 크고, 티파니보다 말랐으며, 써니보다 가슴이 작은, 예능프로에서 정말 최선을 다하는 억척 아이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수영은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모든 그녀에 대한 정보들을 리셋시켜버리고 맙니다.


쟁쟁한 연기자들 사이에서 보여줄 수 있는 연기의 어색함은 초심자의 미덕일 텐데, 이 드라마에서 수영은 빈틈을 손톱만큼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여우 감우성 앞에서도 전혀 눌리지 않으며, 오히려 가끔 감우성이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는데요. 경찰서에서 화를 내는 장면에서도 과하지 않고 적절하게 그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데, 이 정도면 어느 다른 베테랑 배우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눈물이 그렁그렁


일단 화면에 클로즈업이 되면 그 큰 눈과 표정을 최대한 활용해서 미묘한 감정을 표현하는데, 대체 이런 건 타고 난 건지 배운 건지 알 수가 없네요. 뭐든 놀랍겠지만 말이죠. 눈이 크니 눈물을 머금는 장면에서는 눈 전체가 그렁그렁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무너지게 하고, 웃을 때는 가지런한 치아와 함께 얼굴 전체의 행복한 감정이 여과 없이 그대로 보는 사람에게 전달됩니다. 무엇보다도 예쁘기 때문에 연기에 진입하기 이전부터 그녀에게 시선 고정하고 집중하게 되니, 이 또한 연기전달 효과를 극대화하는 플러스 요인이 되어 줍니다.


이 드라마는 사람들이 서로 만나 캐미컬을 교환하며 호감을 느끼게 되고 사랑하게 되는 상식적인 플롯이 아닙니다. 장기를 이식받으면 물리적 장기 외에도 그 주인의 감정까지 함께 전이된다는 세포 기억설(Cellular Memory)을 기반으로 스토리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미묘한 감정의 표현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왜 처음 보는 사람인데 이렇게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나는 걸까?


본인의 감정과는 상관없는 초자연적 호감에서부터 점점 보고 느끼게 되는 물리적 접촉에 의한 호감으로 연결되는 복잡한 감정의 표현을 감우성과 수영은 최고의 상성으로 연기해내고 있는데요. 남자 배우가 맘에 안 들면 또 그 드라마는 잘 안 보게 되는데, 감우성은 '연애시대' 때 이미 좋은 감정이 극에 달해서 키가 수영보다 작아도, 눈이 조금 쳐졌어도, 나이 차이가 18살이 나더라도 수영과 잘 맺어지기를 바라게 됩니다.


아직 6화를 보고 있지만, 그래서 더 행복한 드라마. '내 생애 봄날'입니다.




이 아래는 16화까지 모두 보고 난 이후의 감상입니다.


최고의 드라마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한 '내 생애 봄날'. 보통 드라마들이 초반 재미주기에는 성공하더라도 중반 이후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데 부담을 느끼며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게 되는데, 이 드라마는 두마리 토끼를 완벽히 잡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감우성이야 말 할 것도 없지만, 수영은 아이돌임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기성 연기자를 훨씬 상회하는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야기를 조금만 잘못 이끌어나가도 막장드라마가 될 수 있는 상황인데 절묘하게 상당히 아름다운 스토리로 이끌어가는 작가가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분명히 단언하건데 이 드라마를 본다면 숨을 거둘 때 '아 그래도 그 드라마는 봤으니까.'하면서 행복해 할 수 있을테니, 못보신 분들은 어떻게든 구해보시길 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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