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보내지 마

가즈오 이시구로

by Aprilamb

올해의 노벨상 수상자가 일본계 영국인 가즈오 이시구로라고 했습니다.


'올해도 하루키는 받지 못했구나.'


하고는 잊고 있었죠. 아마 이시구로라는 작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해서였을 거예요. 그리고, 며칠 후 서점에 갔다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작품'이라는 배너를 보게 되었습니다.


'수상자의 책을 읽어주는 건 예의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뒤적이는데 생각보다 책이 꽤 많았습니다. 하지만, 한 권 골라 드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요. 제목이 눈에 밟히던 그 책은 '나를 보내지 마' 였네요.


이 책은 SF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기본 설정을 제외하면 성장 소설에 더 가깝습니다.

초반 기본 상황에 대한 설명을 해 나가는 부분은 조금 지루하지만, 셋업이 끝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하면 책에서 손을 뗄 수가 없는게 특징인데요. 특히 감정의 변화에 대한 묘사는 지금까지 접했던 어느 작가보다도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놓인 상황과 그 안에서 의식적으로 그것을 멀리하려는 주인공들의 심리상태를 아주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덕분에 읽는 내내 그 상황을 옆에서 지켜보는 듯 가슴이 아파집니다.


저는 가끔 이럴 때가 있어요. 키보드 앞에 앉아서 '아, 이런 느낌을 어떻게 글로 표현해야 하지?' 하고는 문장 하나도 완성하지 못하는 그런 것.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작가는 그런 고민이 별로 없겠네' 싶었네요.

문장이 너무 예쁘거나, 감각적이거나, 맛깔스러운 것과는 또 조금 다른데, 조곤조곤 캐릭터의 심리상태를 상상하고 있는 그대로 글로 성실하게 표현해낸다고 할까요? 한두 문장에 감탄하게 되지는 않지만,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그 감정의 바다에 몸이 잠겨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거든요.


물론 어떻게 보면 너무 잔잔하기만 한 소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여유 있게 천천히 서너 시간쯤 큰 목표 없이 내어놓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한번 권해보고 싶네요. 몇몇 분은 담뿍 잠기실 수 있을 겁니다.


저는 다른 책들도 천천히 더 읽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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