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에서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근처의 스타벅스에 잠깐 들어오게 되었다. 커피를 받아 들고는 포스 앞쪽의 테이블에 앉아 스마트폰을 뒤적이고 있는데, 어떤 마스크를 한 남자와 후배로 보이는 여자가 앞쪽에 나란히 앉아 과제를 하고 있다. 남자는 랩탑을 두드리고 있고 여자는 그 옆에서 모니터를 보며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남자가 마스크를 벗고는 여자와 언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책에 집중하고 있기도 했고 그들의 목소리도 작아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점점 목소리가 커지는 바람에 '내 생각에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그게 더 이상해요.' 하는 대화들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금 다투다가 갑자기 여자가 짜증 나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한다.
‘오빠. 내가 면역력이 좀 약해요.’
‘응?’
‘지금 머리가 살짝 아프고 열이 나려는 것 같아.’
‘아. 나한테 옮아서?’
‘네. 오빠, 오빠 약 하나만 주면 안 돼요?’
‘안돼.’
단호했다. 남의 약을 달라는 여자도 웃기지만, 남자도 ‘안돼’는 또 뭐야? 주기 싫으면 없다고 할 것이지.
‘.....’
‘.....’
‘그냥 과제나 계속하죠.’
‘그래. 콜록 콜록 콜록 콜록~’
‘..... 오빠. 그냥 가요.’
빨리 둘 다 나가거나, 내 친구가 오거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