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집으로 가는 길에 ‘잠깐 서점이나 들러 볼까?’ 했다.
요즘 너무 추워서 오프라인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다 보니 책도 온라인으로만 구경하게 되었다. 그래도 책장에 손 대면 베일 듯 한 신간이 복제인간들처럼 책꽂이에 죽 꽂혀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니까. 나는 그게 필요했다.
온라인 서점도 편리하긴 하지만, 이삼백 권의 책을 앞에 두고 순간적으로 제목, 판형 혹은 제본형태가 맘에 드는 한 권을 뽑아들 수 있는 건 역시 오프라인 서점뿐이다. 온라인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순위 혹은 발매 시기로 소팅하여 페이지 별 예닐곱 권씩 배치해 둔 페이지를 장 번호 클릭하며 감질나게 하나하나 넘기고 있다 보면 대체 인기순위 20,000번째인 책은 언제 만날 수 있는 건지 궁금해지잖아. 하지만,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휙~' 제자리에서 뒤로 돌기만 하면 된다.
새 책장 냄새 맡을 생각을 하며 교보문고 쪽으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데 오른편에 예스 24 중고서점이 보인다. 알라딘만 중고서점을 운영하는 게 아니네. 하긴 돈 되는 건 무조건 따라 하고 보는 게 비즈니스의 공식이잖아. 궁금하면 들어가 보면 된다.
서점은 생각보다 넓고 깨끗했지만 알라딘 중고서점과 별 다른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서점이 다 거기서 거기긴 하지만 말이다. 사실 별생각 없이 들어갔어서 책을 배치해 놓은 방식이나 판매 특성 같은 것에 신경을 쓰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혹시나 내 글을 읽고는 '알라딘 중고서점이나 예스 24 중고서점이나 다 거기서 거기야' 했다가 '아니야. 그렇지 않아. 예스 24의 경우에는 책을 계산할 때 5권이 넘어가는 경우 추가 10%의 할인을 해주고, 2월까지는 귀여운 강아지 - 2018년은 무술년이니까 - 컵받침도 얹어 준다고!(실제 아님)' 하는 친구의 면박을 받게 될 수도 있으니, 뭐 좀 다를 수도 있다고 소심하게 고백해두고 싶다.
어쨌든 최근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읽었어서 그런지 좀 문장의 완성도가 높고 읽는 맛이 나는 책을 읽고 싶어서 아는 작가들 책을 뒤적이고 있는데, 타이틀 옆에 비행기 일러스트가 귀여운 하루키의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가 보인다. 두 권이 나란히 꽂혀있었는데,
이게 뭐지?
가격이 다르다. 물론 중고서적이라 퀄리티에 따라 같은 책이라도 가격이 다를 순 있지만, 이건 둘 다 책을 펼친 흔적도 거의 없는 새 책이다. 마치 제본소에서 막 넘어온 책 뭉치에서 맨 위 두 권을 한꺼번에 집어 책꽂이에 올렸다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가격은 왼쪽 것이 8,400원, 오른쪽 것은 6,300원이었다.(정가는 14,000원) 조금 더 찾아보면 4,200원 짜리도 있을 것만 같아.(하지만 없었음)
아무래도 차이가 있겠지 싶어서 꼼꼼히 살펴봤지만 - 나는 숨은 그림 찾기나 다른 그림 찾기 류의 게임이 능한 편인데도 - 도무지 다른 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합리적으로 6,400원짜리를 들고 나오긴 했는데,
제발 내가 상술에 당한 것이 아니길 빈다.
덧: 책은 그냥 그랬음. '먼 북소리'만큼 재미있지는 않네요. '먼 북소리'도 읽다 그만두긴 했지만. 표지 일러스트는 따라 그려보고 싶을 정도로 귀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