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안녕하세요!’
‘혹시 할인 가능한 통신사 카드 있으세요?’
‘바로 계산해드릴게요.’
‘음. 해피포인트 적립하시나요?’
‘바로 드시지 않을 거면 꼭 냉장실에 보관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업무 매뉴얼을 통해서, 혹은 상급자에게 배운 순서대로 그녀는 차근차근 ‘감사합니다’까지 무난하게 진행해나갔다. 한번 정도 눈동자로 천정을 응시하면서 ‘다음은 뭐였더라?’하는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괜찮았다. 모든 프로세스를 마치고 마지막 인사를 하는 그녀의 표정이 그렇게 밝을 수가 없었다.
나도 그랬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회의자료 생성도 그때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힘든 일 같았으니까. 출력, 조합 및 스태플링 작업을 마치고 탁자 위에 가지런히 정리한 자료를 보면서 나도 그녀처럼 뿌듯한 미소를 지었었다.
‘나 아니면 이렇게 못할걸?’
분명히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흔한 일이었겠지만, 그때는 그 일이 세상에서 제일 어렵고, 무겁고, 중요한 일만 같았다. 그런 별 것 아닌 것 같던 경험들은 하나 하나 쌓여 내 능력의 지반이 되어주었고, 지금 나는 그 위에서 뭔가 더 가치있(다고 생각되)는 일을 하고 있다. 물론 누가 뭐라해도 ‘잘하고 있어!’하는 짜릿한 느낌은 그 때가 최고였지만....
그녀도 앞으로는 지금과는 비교도 안될 여러 경험들을 하며 적지 않은 시련도 겪게 될테지. 아마 이게 필요할 지도 모른다.
‘파이팅!’
제과점을 나오며 나지막히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