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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좌충우돌 샌프란 생존기

by Aprilamb

집을 얻은 지 이제 한 달이 다 되어 가는데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일이 하나 있으니, 바로 '쓰레기 버리기'가 그것이다.


샌프란 시내의 식당이나 매장에 가보면 분리수거를 위한 쓰레기통이 꼭 나누어져 있는데 누구도 제대로 버리는 꼴을 못 봤다. 음식물 / 재활용 / 쓰레기 다 나누어 버리도록 되어있지만 어른, 아이, 지성인, 홈리스 모두 그냥 다 한 곳에 때려 붓는다. 처음엔 샌프란의 안녕을 위해 손에 뭐 들고 있을 때에도 곡예하듯 하나하나 다 나누어 버렸지만, 이젠 샌프란 시민이 다 된 건지 나도 그냥 막 버리게 된다.

뭔가 양심 같은 건 조금 있어서 그런지 한 곳에 버리지는 않는데, 쓰레기들을 조금씩 나누어 세 통에 나누어 버리는 그런 식이다. 멀리서 보면 제법 일등시민 같아보일 것 같다. 아무도 신경 안 쓰겠지만.


집은 쓰레기 버리는 곳이 지하에 있는데 현명하게 쓰레기통을 하나만 사용한다. 음식물이고 뭐고 그냥 가져다 집어넣으면 주중 네 번 정도 새벽에 와서 정말 시끄럽게 치워 댄다. 이상한 것은 처음 집을 계약하면서 듣기로는 분명히 쓰레기를 버리는 날에 대한 제약이 없었는데, 희한하게 지하로 내려가는 문이 잠겨있는 날이 종종 있는 것이다.

보통 문은 대부분 활짝 열려있는데, 일주일에 한두 번은 굳게 닫혀있고 절대로 열리지 않는다. 환장할 일은 닫히는 날이 일정하지 않아서 가끔은 음식물 쓰레기가 많아 꼭 버리고 싶은데 하루 더 묵혀야 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 거다. 나는 청결한 사람이라 그런 날이면 뭔가 날파리나 여왕개미 혹은 무당벌레 같은 것이 생길 것 같다는 생각에 잠이 들 수 없었다.


‘아 더러워. 저게 빨리 집에서 사라져야 하는데…’


같이 한 집에서 생활해야 하는 것이다. 어쨌든, 바로 오늘 또 쓰레기가 버리고 싶어 져서 주섬주섬 저금해둔 쓰레기들을 챙겨서 내려갔더니 또 저 문이 닫혀 있다. 문고리를 살살 돌려보기도 하고, 문을 발로 차보기도 했지만 역시 열리지 않았다. 대체 무슨 기준인 건지 알 수도 없는 이 규칙을 난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었다. 집주인에게 좀 따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대체 누가 쓰레기 버리는 날에 대한 규칙에 난수표를 적용한 거지? 짜증이 솟구쳤다. 화가 난 채로 돌아가려다가 문득 다시 한번 문쪽을 돌아봤는데, 뭐야. 손잡이가 두 개네? 몰랐다. 밑에 손잡이가 하나 더 있다는 것을.


두 개를 같이 살짝 돌려 보니


열리네. 열려...


이제는 매일 버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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