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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rilamb Apr 05. 2019

스타벅스에서 뜻밖의 일갈(一喝)

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스타벅스에는 늘 사람이 많다.


희한한 건 주변의 다른 카페에는 사람이 없어도 그곳에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새벽만 아니면 늘 앉을자리가 없을 정도로 북적거린다.

한때는 인터넷이나 전원 사용이 편해서 자주 갔었지만, 요즘은 어디나 그 정도는 쉽게 사용이 가능해져서 예전만큼 찾지는 않게 된다. 그래도 가끔 아침 일찍 나서게 되면 스타벅스를 가게 되는데, 그 시간에 문을 여는 다른 카페가 없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에 살 때에도 매일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가야 하는 곳이 멀기도 했지만, 늦어 허둥대는 게 싫어서 일부러 더 일찍 출발했었다.

해가 뜨기 전이면 샌프란시스코 시내는 늘 안개에 파묻혀 있었다. 정류장은 언덕 위였는데 아래쪽을 내려다보면 안개에 잠겨 길이 보이지 않았다. 새벽 버스는 안갯속에서 성운 사이를 가르는 우주선처럼 나타났고, 나는 늘 잠이 덜 깬 상태로 버스에 올랐다.

목적지까지는 버스로 20분 정도 걸렸는데, 정류장에 도착하면 먼저 스타벅스로 향했다. 근처의 매장들은 굳게 닫혀있어도, Clay St. 의 스타벅스만은 늘 불이 켜져 있었기 때문이다. 문을 밀고 들어가면 향긋한 커피 향 뒤로 요란하게 커피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들으며 ‘아 오늘도 시작이구나’ 하며 힘차게 하루를 시작했었다.

물론 그 스타벅스에도 늘 사람이 많았다. 아침이면 항상 포스 앞으로 많은 사람이 늘어서 있었고, 점원들은 준비된 음료의 주인을 찾아주기 위한 전쟁을 치러야 했다. 스타벅스에서는 진동벨 따위는 쓰지 않으니까. 이름을 불렀는데 주문자가 나타나지 않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음료를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해결은 되지만 ‘참 쉽지 않겠구나’ 했던 기억이 난다.


...


얼마 전 공항터미널 건너편의 스타벅스에 간 적이 있는데, 그때도 손님이 많아서 포스의 점원들 모두 정신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의 주인이 좀처럼 나타나 주지 않았나 보다. 점원은 정리가 안 되는 상황에 열이 받았는지

 

‘에이 십칠 버어 어어어 어어어 어어어 어어어 어어어 어어어 어어어 어 언~ 손님!!’


하고 소리를 질렀다. 아무래도 성악 전공자였던 것 같았는데, 학교에서 배운 것을 사회에서 유용하게 쓴 처음이자 마지막 순간이 었을 것이다.

그 순간 스타벅스 안의 모든 사람들은 하던 일이나 대화를 멈추고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물론 나도 그랬다. 그때 나는 음료의 주인을 알아채고 말았는데 - 혼자 왔고, 음료를 받지 않은 몇 사람 중 가장 창피한 표정이었던 손님이었음 - 그는 결국 커피를 바로 찾으러 가지 못했다. 그렇게 사람들이 모두 쳐다보는 가운데라면 나도 그랬을 것 같다. 물론 ‘아하하하. 내 거네. 미안합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크게 외치셨으면 한 번에 받아갔을 텐데요. 우하하하’ 하면서 넉살 좋게 받아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쨌든 소극적이었던 손님도 조금 있다가 음료를 받아 가긴 했으니 해피 엔딩이긴 했다. 테이크아웃 잔으로 옮겨달래서는, 종종걸음으로 매장을 도망치듯 나가긴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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