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인터뷰
수혁의 인터뷰
‘어제 후배와 같이 퇴근하시던 글을 쓰셨죠?’
- 아 네. 그런데, '같이' 퇴근을 한 것은 아니고 퇴근을 하다가 만난 것이라..
‘네. 그러면, 퇴근을 하시다가 신입사원을 우연히 만나셨던 것으로 정정하겠습니다.’
-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감사합니다.
‘네. 괜찮습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볼게요. 내용이 아마 신입사원이 첫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자각하고 들떠있던 모습을 보며 자신의 과거를 회고하셨던 내용이었죠?’
- (고개를 끄덕이며) 네 맞습니다.
‘진지하게 내용이 진행되다가 자랑이 나와요.’
- (뜨끔) 네? 아 그런 게?
‘무슨 원하는 대로 시스템이 만들어진다던지, 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던지. 그런 거요.’
- 아. 자랑이라기보다는 제가 시간이 지나 성장해 있는 모습을 표현한...
‘성장이라지만 자랑처럼 들려요. 관심도 없는데.’
- 퇴고해야겠네요. 그 부분은요.
‘이미 볼 사람은 다 봤을 텐데 퇴고가 의미가 있나요?’
-... 하지 말까요?
‘네. 그건 맘대로 하시고요. 그런데, 이야기가 진지하게 진행되다가 갑자기 마지막에 희롱하듯 끝나요. 좀 당황했는데요.’
- 아. 그게 사실 저도 고민을 했죠. 거기서 '나도 마음을 다 잡아야겠다'라고 쓰면 너무 평이하고, '열심히 해라' 했다면 그것도 좀 촌스럽고.
‘그 전에요. 진짜 등 뒤에 대고 뭔가를 이야기했나요?’
- 아.... 네?
‘진짜로 등 뒤에 그 글에서 처럼 뭔가를 이야기해 줬냐는 겁니다.’
- 아 그게. 저도 갈 길이 바쁘고, 그 사원도 걸음이 빨라서..
‘안 하셨네요.’
- ...못했습니다.
‘하려 하셨나요?’
- 아닙니다. 안 했습니다.
‘네. 그렇다면, 이 글은 그냥 소설이네요.’
- 허구가 좀 있습니다만, 소설이라기엔...
‘장르가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 네..
‘거짓말을 하셨다는 게 중요하죠. 사실은 뭔가를 이야기할 의도조차 없었는데..’
- 아. 그럼 소설로 하죠.
‘소설이라면 괜찮습니다.’
그래서 소설이 되었다.